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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새 집을 부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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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새 집을 부수는 사람들

입력
200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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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아는 사람 중에 탕보이라는 인도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까지 낳은 그는 '값이 아주 싸면서도 좋은 물건을 파는 가게'를 한국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3만원짜리 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시장에 나온 지 7년이 되었으나 팔리지 않고 대형슈퍼 구석에 처박혀 있던 한 리어카 분량의 아기 기저귀를 단돈 3,000원에 사오기도 하고, 같은 방식으로 아기 목욕통을 2,000원에 사오기도 한다.

그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직 멀쩡한 가구들이 아파트 단지에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일이다. 특히 지금 막 지어 입주하는 새 아파트 광장에 뜯겨져 나와 쌓여있는 도배지와 바닥 장식재, 새 문갑들을 보고 그는 사람들이 새 집을 부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도 많이 있지만 '새 집을 부수는 모습'은 이 다음 어디에 가서 살더라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도 젊을 때부터 많이 돌아다닌 사람인데, 새 집을 부수는 건 한국에서 밖에 보지 못했다고 한다.

가난하게 살다가 갑자기 돈이 많아지면 그런다는 말도 했는데, 그 말에 나는 부끄러웠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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