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지수 연중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증시 상승의 최대 견인차였던 외국인 매수세가 조만간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각 증권사는 이에 따라 증시가 '어닝시즌' 모멘텀을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비중 축소까지 권하는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인 주식 투자시 환차익 매력 감소
외국인이 올 들어 12일까지 약 100일 동안 거래소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순매수한 액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의 79.2% 수준인 약 11조5,000억원 규모. 추세로만 본다면 엄청난 '바이코리아(buy korea)'가 진행 중인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를 거래소시장의 월별 순매수 통계로 따져보면 1월 4조503억원, 2월 1조3,719억원, 3월 2조8,759억원, 4월 이후 1조9,700억원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점차 약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의 약화를 설명하는 증시 내부 요인은 일단 주가 상승에 따른 외국인 선호 우량주의 가격 부담, 외국인 한도 소진 및 유통 물량의 감소, 지수 정점에 대한 경계감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 요인 보다도 최근 지속된 환율 하락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유가증권 투자시 부수입으로 기대됐던 환차익 메리트가 거의 소진됐다는 외부 요인이 추세변화를 설명하는 더욱 중요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최근의 환율 하락 및 채권 수익률 상승 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유가증권에 투자할 때 기대할 수 있는 환차익 수준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 2월초만 해도 기대환율이 실제환율 보다 20원 이상 낮았으나, 최근에는 격차가 4원 수준으로 줄면서 한국물 매수 메리트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재정경제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 역시 "작년 이후의 투자규모나 지분율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매수세는 포화점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소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추가 매입에 따른 환율 변동 요인이 뚜렷이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고비될 듯
문제는 향후 외국인 매수세의 둔화 또는 매도 반전이 일어날 경우 그 시점은 언제이고, 어떠한 투자전략을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4월말, 또는 5월초가 고비가 되는 셈이다.
봉원길 연구원은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크게 감소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어닝시즌' 이후에는 지난 실적 보다는 환율 변수로 인해 외국인 매수세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외국인 매수세의 둔화가 불가피하다면 최근의 지수 상승을 이용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 실장은 "2분기에 들어가면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크게 줄거나 매도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어닝시즌' 모멘텀에 따른 주가 상승을 주식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는 전략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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