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중국역사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광활한 영토에서 전쟁과 권력투쟁이 끊이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물이 명멸하면서 남긴 온갖 책략과 지략은 오늘에도 유효하죠."동양고전 연구가인 장연(본명 장순용·51)씨가 최근 중국 고전의 갖은 일화를 모은 '지전(智典)' 시리즈(김영사 발행·전4권) 완역본을 냈다. 이 책은 중국 런민(人民大)대 런청진(冷成金) 교수가 10여 년 작업 끝에 2001년 완성한 일종의 지혜 백과사전. '사기' '춘추' '한비자' '손자병법' '논어' '장자' 등 중국 문헌에서 뽑은 100여 편의 이야기가 춘추전국시대(제1권)부터 전한·후한(제2권), 수·당·송·원(제3권), 명·청(제4권) 등 시대별로 실려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지금까지 권모술수, 책략, 모략 등 부정적인 것으로 여겼던 이야기를 '지혜'로 격상시킨 데 있다. 저자는 진정한 지혜는 단순한 술수가 아니라 도(道)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고지 1만 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번역하느라 3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는 장씨는 "번역 과정에서 그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저자가 다양한 사례를 꼼꼼히 찾아낸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소개하는 이유를 먼저 제시하고 다시 오늘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살아있는 지식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와 한나라의 영웅과 서생(지식인)을 다룬 2권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다. "공자는 성현이지만 관직생활이 순탄치 않았고 특별한 업적도 없었어요. 지식인은 이상적이라 현실을 그대로 보지 못하죠. 그래서 '서생 스타일의 정치를 하면 정치가 문란해지고, 정치로써 서생을 억압하면 정치는 궁극적으로 파탄에 이른다'고 본 저자의 지적이 적절합니다."
그는 독창적인 역사 해석도 이 책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속을 참수한 제갈량은 성급했고 달기, 포사, 서시 등 미인이 나라를 망쳤다고 보는 건 여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중국인의 습성 때문이라는 것. 고려대 사학과와 철학과 대학원을 나온 장연씨는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과 지리산 보림선원에서 한문과 불교를 연구했다. '불교의 지혜' '반야심경과 생명의학' 등도 번역했으며 앞으로 "불교와 장자, 노자를 아우르는 책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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