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정신을 주제로 내건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www.jiff.or.kr)가 23일부터 5월2일까지 10일간 축제의 문을 열어 35개국에서 출품된 장·단편 250여 작품으로 관객을 맞는다.
예년보다 대안 영화와 디지털 영화를 강화,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정체성을 고민한 흔적이 눈에 띈다. '저개발의 기억' 등 소문으로만 듣던 쿠바영화의 실체를 만나는 '쿠바영화 특별전', 장 뤽 고다르와 자크 리베트 등과 함께 작업했던 여성 촬영감독 카롤린느 샹페티에 등 거장급 촬영감독의 마스터클래스인 '필름메이커스 포럼'이 주목할 만하다.
전주영화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봉준호 감독의 '인플루엔자'도 관객을 설레게 하는 작품이다.
개·폐막작은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민병국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능한 변화들'과 스페인 감독인 아케로 마냐스의 '노벰버'다. 작년 박찬욱 등 한국의 대표적 감독들이 모여 만든 '여섯 개의 시선'과 토드 헤인즈 감독의 '파 프롬 헤븐'으로 개·폐막작을 올렸던 데 비하면 덜 화려하지만 독립과 소통이라는 전주영화제의 슬로건과는 더 잘 어울린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열악한 조건에서 영화 만들기를 하는 작은 영화들에 대한 지지가 전주국제영화제의 역할"이라고 이번 영화제의 성격을 밝혔다.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의 '토킹 픽쳐', 에릭 로메르의 '삼중 스파이', 아네스 바르다의 '날개 달린 사자' 등 유럽의 작가주의 감독 영화도 적지 않지만, 화제작은 독립영화 쪽에 더 많다.
이시이 소고의 '역분사 가족', 거장 오시마 나기사의 '윤복이의 일기' 등에서 일본 독립영화의 뿌리를 살피는 'ATG' 섹션,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영화나라인 쿠바의 대표 영화 17편을 마련한 '쿠바영화 특별전', 무성영화와 악보 없이 연주하는 프리뮤직이 만나는 '전주-소니마주', 밤새워 체코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몽환의 밤' 등 새롭고 개성적인 영화를 기다리는 마니아들에게 전주는 예기치 않은 선물을 안기는 축제가 될 것이다. 대가들의 명작과 충격적인 화제작이 드문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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