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의 가장 큰 장기라면 슈퍼맨을 창조하는 능력일 것이다.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부터 '에어포스 원'의 해리슨 포드,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까지. 그들의 모험과 수난과 환희의 과정은 참으로 볼만하다. 이런 영화에서 간혹 등장하는 슈퍼맨(또는 구세주)의 외로움이나 인간적 약점은 무시해도 좋다. 일부러 곁들여진 영화의 양념 같은 것이니까.'네드 켈리(Ned Kelly·사진)'는 이런 할리우드 흐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영국·호주 공동제작 영화다. 영웅을 다뤘으되, 그 영웅이 전지전능한 슈퍼맨이 되는 것은 거부했다.
주인공이 영국 식민지 시절 호주에서 반(反) 영국 투쟁을 벌인 네드 켈리(1855∼1880)라는 실존 인물이기 때문일까. 영화는 실수와 판단 착오와 결함 투성이의 보통사람으로서 네드 켈리의 삶을 차분하게 좇아가기만 할 뿐이다.
아일랜드에서 이민을 온 빈민가정의 켈리 형제는 영국경찰과 자주 마찰을 일으킨다. 그러던 중 경찰의 모함으로 살인미수 누명을 쓰는 큰형 네드(히스 레저).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된 네드와 그의 동생과 친구 등 4명은 이때부터 호주의 영웅으로 거듭난다. 우리의 임꺽정처럼 착취 당하는 호주 농민을 위해 은행을 털고, 영국의 공권력에 정면으로 맞서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역시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로 그려질 수도 있는 상황. 사실 네드 켈리가 도망자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의도적이고 투박하고 과장됐다. 그럼에도 자신이 쏜 총을 맞고 영국 경찰이 죽으려고 하자 "그러니까 왜 도망가, 안 도망 갔으면 살 수 있었잖아"라며 울부짖는 네드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이다. 감독 그레고 조단. 15세 이상. 16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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