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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유령도시 방불"/일시휴전 후 참상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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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 "유령도시 방불"/일시휴전 후 참상 첫 공개

입력
200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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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과 저항세력간의 일시 휴전으로 팔루자의 포연이 잦아들었다. AFP AP 등 외신은 11일 팔루자를 '유령의 도시'라고 표현하면서 팔루자의 참상을 전했다.팔루자의 상황은 그 동안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군이 지난 5일 해병대를 투입, 미국 민간인 살해 및 사체 훼손 사건의 보복 작전에 나선 뒤 8일까지 팔루자를 철저하게 봉쇄한 데다 시내 곳곳에서 전투가 잇달아 취재진의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신들을 통해 전해진 팔루자는 가족과 이웃을 잃은 슬픔과 미군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팔루자 종합병원 관계자는 "시내에 있는 4개 병원의 희생자를 합산할 결과 600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들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라크인들은 9일 전투가 일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희생자들의 시신을 팔루자 시내의 축구장 2개에 매장했다"며 "기자가 직접 한 경기장을 방문, 눈으로 확인한 결과 축구장은 무덤이 줄줄이 늘어선 거대한 공동묘지였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간이로 만들어진 묘석은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어린이와 여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전했다.

8일 팔루자에서 탈출한 한 주민은 "주거지역의 골목마다 미군과 저항세력의 전투가 이어졌고 미군들은 거리에서 인기척만 나도 무조건 총을 쐈다"며 "사체를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해 그대로 집 마당에 묻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팔루자에서는 20만 명의 시민 중 약 3분의 1이 피난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라크에서 반미 감정이 급속히 확산된 것은 팔루자의 상황이 속속 알려지면서 이라크 전역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이라크인들이 수니파 시아파의 종파를 떠나 팔루자의 동포를 돕기 위해 물자를 보내고 팔루자까지 항의행진에 나선 것은 이런 이라크인들의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팔루자 사태 이후 잇달아 발생한 외국인 납치도 이라크인들이 팔루자의 진실과 이라크인들의 목소리를 외부 세계에 알리려고 선택한 최후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을 고조시킨 것은 무엇보다 미군의 무차별적인 보복 공격 방식이다. 미군은 7일 3명의 해병대원이 알 사미라이 사원 인근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부상을 당하자 전투기를 동원, 이 사원을 폭격했다. 미군은 이 사원 안에 은신 중이던 수니파 저항세력 4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폭격이 가해지던 당시는 오후 기도를 앞둔 시간이어서 희생자 대부분은 기도를 위해 사원에 모여든 참배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통치위원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등 동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미군의 무차별 공격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은 저항세력을 선별해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레넌 바이른 미군 대령은 600명에 이르는 이라크인 희생자에 대해 "95%가 성인 남자일 것"이라며 "해병대는 대상을 선별해 정확히 공격하도록 훈련 받은 정예병들"이라고 주장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 英기자 무자헤딘 동행취재

이라크 무장세력은 무슨 생각으로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대미 결사 항전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의 리 고든 기자는 최근 수니파의 거점 팔루자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극에 달했던 이틀간 팔루자 인근 가르마 마을의 무자헤딘들을 동행 취재했다. 그의 취재기에서 이라크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고든 기자는 이라크의 진실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팔레스타인인 운전기사의 설득으로 무자헤딘 지휘관을 만났다. 40대의 이 지휘관은 "그들(미국)은 이 땅을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굴복시킬 것이며 그들을 죽일 것이다"라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우리가 증오하는 것은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아니라 그들이 가져온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라는 임시 기구도 외세가 가져와 강요하고 있는 사상의 일부라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고든 기자는 무자헤딘 캠프에는 건장한 청장년 뿐만 아니라 손자를 둔 나이의 할아버지들, 상점 주인들, 미성년자들이 섞여 있었다고 회고했다. 12살짜리 무자헤딘 소년은 "미 정찰병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가담했었는데 내가 미국인들을 죽인데 대해 알라께 감사한다"고 태연히 말했다고 한다.

지휘관은 "우리나라에 중요한 것은 무슬림의 방식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지지하는 것은 그의 사상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든 기자는 무자헤딘들은 겸손했고 음식을 나눠주는 등 친절했으며 실종됐다가 교전중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 경찰 대테러 특수부대 GSG-9 요원 2명의 시체를 취재하도록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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