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문학인의 딸로 죄인처럼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릉 사택은 광복 후 문학인으로서의 춘원이 겪은 고뇌와 번민을 짐작케 해주는 공간이므로 복원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춘원 이광수(1892∼1950)의 딸 이정화(69)씨가 부친이 납북 전에 기거했던 사택을 복원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방한했다. 이정화씨는 춘원 이광수와 허영숙 여사 슬하의 1남 2녀 가운데 막내 딸로 1951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대학 교수로 정착해 98년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는 지금도 한국에 살고 싶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씨가 복원을 희망하는 곳은 경기 남양주시 진건면 사릉의 사택. 춘원은 44∼48년 5년간 이 곳에 머물면서 수필집 '돌베개'를 집필했다. 춘원은 이곳에서 참회의 의미로 돌베개를 베고 잠자리에 들었으며 이 때문에 안면신경마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씨에 따르면 춘원이 농사를 지으며 수필 '돌베개'를 집필한 사릉 사택이야말로 춘원의 최후 모습을 평가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것이다.
변절한 친일 문학인 춘원은 50년 7월 12일 서울 효자동 집에서 납북돼 그 해 10월 25일 자강도 강계 만포면 고개동에서 사망했다.
4일 미국으로 떠난 이정화씨는 10월에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앞으로 매년 두 차례 한국에 들어와 사릉 집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에는 6살 위의 오빠, 2살 위의 언니, 작고한 인도계 미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2녀 1남의 자녀가 살고 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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