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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가깝고도 먼 의사와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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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가깝고도 먼 의사와 환자

입력
2004.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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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벚꽃세상을 즐기는 상춘인파를 비치던 화창한 오후,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는 뜬금 없고 다급했다."제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요, 복강경 수술이 나은 겁니까, 개복수술이 나은 겁니까. 복강경을 해서 좋은 점은 흉터자국이 작다는 것 말고 없는 것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흉터뿐 아니라 통증이나 입원기간 등을 감안할 때도 복강경 수술이 좋습니다."

"하지만 복부 유착이 있어 개복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데요."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하셔야죠."

"의사 선생님께서 일단 복강경으로 해보고, 안되면 다시 개복을 하겠다고 해서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개복수술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런데 개복수술을 하면 수혈이 부담스러워서요."

"선택을 하셔야 할 상황이군요. 의사에게 환자분의 걱정을 모두 털어놓고 다시 상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설명을 자세히 안해줘요. 단답으로 끝나고 늘 시간에 쫓기니까, 잘 묻지 못하겠어요. 괜히 심기 거슬렀다가 저만 밉보이면 어떡합니까. 오죽하면 신문사로 전화하겠어요."

심지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수술 두번하면 의사에게 성과급이 주어지나요? 차라리 수술비 만큼 의사선생님께 성의를 보이면 더 잘 해주시지 않을까요? 아니면 혹시 부담스러워서 오히려 수술에 방해가 될까요?"

사실 그가 받으려는 수술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대수술은 아니었다. 다만 과거 병력이 많아 "이제는 좀 아프지 않고 살고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기자는 그에게 수술법을 직접 비교하는 대신, 담당 의사에게 무엇을 질문하고 어떻게 상의해야 하는가 하는 요령을 알려주었다.

수술대에 누워 자신을 의사에게 맡기기 전 환자는 온갖 생각을 한다. 물론 의사도 많은 생각을 한다. 문제는 함께 생각하는 의사와 환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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