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 와는 달리,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은 시장에 아무런 메시지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내용이 너무 밋밋하고 두루뭉술해 도무지 중앙은행의 경기판단과 향후 금리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평가다.
FOMC의 경우
미국 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하는 FOMC 종료후 FRB홈페이지엔 회의결과에 대한 발표문(Statement)이 공개된다. 별도 브리핑도, 첨부자료도 없는 이 짤막한 발표문이 나오는 순간 전 세계 애널리스트들은 달라진 한 두줄 문장, 한 두개 단어의 행간의미를 찾느라 분주해지고, 해석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은 한바탕 요동을 친다.
1월28일 FOMC 발표문의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period)'이란 문구하나가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든 적이 있다. 작년 12월9일 FOMC 발표문에 들어있던 '완화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표현이 1월28일 발표문에선 '상당기간'이란 문구가 사라짐으로써 시장은 'FRB가 조기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해석했고 이는 주가폭락과 금리상승의 연쇄파장을 불러왔던 것이다.
그러나 3월16일 FOMC 발표문에는 '신규고용이 지체되고 있다'는 새로운 문장이 추가됐다. FRB가 고용상황을 부정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시장에선 '금리 조기인상'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었고 주가는 다시 힘을 받았다. 물론 이런 용어나 문장은 FOMC 위원들의 장시간 토론에 의해 선택된 것으로, 그 안에 FRB의 의도와 시장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 3월16일 FOMC 발표문
위원회는 생산성의 건실한 증가와 함께 통화정책의 완화기조가 경제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번 회의이후 지표들을 볼 때 생산은 견고한 속도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일자리 감소는 둔화했지만 신규고용도 지체되고 있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은 미약하며, 계속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수 분기동안 경기의 상향 및 하향 가능성은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개월간 인플레 하락가능성은 감소, 상승가능성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와있다. 인플레가 상당히 낮고 자원사용도 왕성치 않은 상황이므로 현재의 완화기조를 바꾸는 것에 대해 인내할 만하다.
금통위의 경우
금통위 발표문은 매달 둘째 목표일 공개되지만 읽을 행간도, 별다른 메시지도 없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FOMC 발표문엔 '경기 상승-하강 가능성 동일' '인플레 상승-하락 가능성 동일'처럼 시장이 주목할 경기판단이나 전망이 들어있지만, 금통위 발표문엔 그런 것이 없다. 정교한 용어선택도 없다. 한은측은 FOMC와는 달리 금통위 발표문외에 한은 총재가 정책방향을 구두설명하기 때문에 시장 메시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때론 발표문과 한은 총재의 발언이 다른 뉘앙스를 전하는 '혼선'이 생기기도 한다.
또 회의토론 내용을 세부 기술한 의사록(Minutes) 역시 FOMC는 약 한달 반 후 공개하는데 반해, 금통위 의사록은 3개월후에나 공개돼 시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발표문이 밋밋한 것은 미국처럼 정교한 시장용어가 발달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경기판단과 정책방향에 대한 금통위의 자신감 결여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FOMC와는 달리 금통위는 금리결정에 대한 위원별 찬반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 4월8일 금통위 발표문
실물경제는 민간소비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수출급신장에 힘입어 산업생산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설비투자도 다소 개선기미를 보이는 등 완만한 회복추세를 이어가고 있음. 물가는 내수저조로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안정세를 나타냈으나 소비자·생산자물가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음. 경상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됨.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수요저조로 유동성 사정이 대체로 원활하였으나 가계·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금융기관 신용차별도 완화되지 않고 있음. 이런 점을 감안해 다음 통화정책방향결정시까지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에서 유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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