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가 정식 운행에 들어간 지 10일이 지났다.잘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고속철도 사업은 1970년대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90년대에 본격적인 계획과 건설이 이루어졌고 2004년 4월 개통된 역사적인 국책 사업이다. 21세기 새로운 교통시대를 맞이하여 고속철도 사업에 거는 기대는 실로 지대하다 하겠다.
고속열차는 단순히 하나의 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1차적인 효과를 넘어 교통체계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일이다.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그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도 막대하다. 고속철의 의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속철은 아직까지 이러한 기대와 의의를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다. 개통과 동시에 몇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남에 따라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고속철도의 문제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서비스 측면이다. 개통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역방향 좌석제도, 좌석 폭의 협소함, 터널 소음, 장애인 시설 미흡 등은 개통과 함께 본질적인 문제로 다시 대두하고 있다.
둘째, 고속철 운행과 함께 기존 일반열차 운행횟수가 감편되는 바람에 이용자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또한 일반열차의 정차역 수가 늘어나 대기시간 및 통행시간이 증대되어 이용자들이 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운임 및 요금체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낮은 요금에 대한 수익성 우려의 목소리는 다소 잠잠해진 듯 하지만 오히려 운임체계 및 예약제도가 복잡하여 이용자들의 불편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예약 장애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건설교통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겠다며 6일 '고속철도 운영실태 평가 및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그 중심 내용은 일반열차를 일부 증설하고 새마을 열차 일부를 통근열차로 조정하는 한편 통행시간이 다소 길어진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경우 요금을 약 10%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운임체계 및 예매의 복잡성 등으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매표 상담직원을 증원하고 전담 도우미들을 배치하는 한편 홈 티켓팅, 티켓리스 시스템 등을 적극 도입,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역방향 좌석에 대해 운임 5%를 할인하는 한편 장애인 좌석을 늘리고 소음 및 착석에 따른 불편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도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이미 제기된 고속철에 대한 불편, 불만을 해소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고속철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방안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기존선을 따라 일반열차와 고속열차가 혼용 운행된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안전운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안전은 고속과 더불어 고속철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각종 환경여건 변화 등 미처 고려하지 못한 다양한 외부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노력과 진단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기존선로를 활용하는 현재의 고속철도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최적 운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간 정차역 정차 여부, 환승 연결시 지체 소요여부, 환승 열차의 스케줄링, 고속열차 수송수요 패턴 등 다양한 각도에서 만반의 준비와 노력이 절실하다. 아울러 건설운영 및 유지보수의 과학화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승객들의 모니터링을 기초로 서비스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고속철은 개통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부터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는 자세를 갖추지 않는다면 수십 년에 걸친 국책사업이 그저 조금 더 빠르지만 비싸고 불편한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에 머물지도 모른다.
/김동선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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