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감독 자리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10일 9년 4개월 만에 전북과의 K리그 복귀전을 1―1, 무승부로 끝낸 차범근(51) 수원 감독은 못내 아쉬운 듯 한참동안 굳은 표정으로 벤치를 지키다가 자리를 떴다.
13년 전 38세의 나이에 울산사령탑에 올랐던 차 감독이 당시 데뷔전 후 "막상 앉아보니 감독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실감했다"고 한 소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막전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차 감독의 공언과는 반대로 전북과의 첫 경기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특히 전반은 기대했던 빠르고 힘있는 '차범근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빠른 공수조율을 위해 선수들이 원터치 패스에 치중하다 보니 전북의 압박수비에 걸려 패스미스를 남발했고, 결국 코너킥 상황서 우왕좌왕하다 곽희주가 자책골까지 헌납했다. 하지만 후반 오른쪽 윙백 최성용의 돌파가 살아나면서 팀 플레이가 활기를 찾았고 후반 교체 투입된 나드손이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트려 차감독을 패전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수원 삼성의 플레이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미드필드에서 볼을 끌지 않고 한번에 패스하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였고, 조재진 나드손 김대의를 축으로 한 공격진도 위협적이었다. 반면 허술한 수비조직력과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는 차 감독에게 숙제로 남았다.
이날 수원의 플레이를 70점으로 평가한 차 감독은 "조병국 이병근 김대의 조재진 등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했다"면서 자책골에 대해서는 "차라리 시원하게 골을 먹는 게 낫다. 이런 골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또 미드필드진이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사실이다. 김두현 등 부상 회복중인 선수들도 있는데다 특히 고종수의 복귀가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차 감독은 "감독이 긴장했으니 선수들은 오죽했겠는가. 첫 경기의 어려움에 비춰 만족한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프로에서 홈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지론의 소유자인 차감독은 "포항과의 홈 개막전에서는 고종수 김두현 등 최고 선수로 구성,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겠다"며 "3―4―3전형으로 관중을 즐겁게 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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