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지 12일로 한달이 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고 대행은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표방했던 '헌법상 책무를 다하는 국정 관리자'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했다는 게 중평이다.지난 한 달 국정안정의 일등공신은 고 대행의 개인기와 국정시스템의 적절한 조화였다. 고 대행은 대통령 탄핵안 의결 직후 경제, 외교안보분야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위기관리시스템을 점검하고 청와대와의 협의통로 마련, 경제·교육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치안정 등 시스템 최적화에 신경을 썼다. 총리실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통령 1인에 의해 정책이 좌우됐지만 이제는 국정운영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지고 여기에 고 대행의 순발력있는 대처도 한몫 했다"고 자평했다.
결과적으로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국내외의 불안도 감소했고 고속철도 개통과 EBS 수능강의실시 등 골치 아픈 현안들이 큰 탈 없이 궤도에 오르게 됐다. 또 4·15 총선도 여야 모두 정부에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을 정도로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고 대행은 이라크 추가파병 논란 등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외교분야에서는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관리형 권한대행'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라크 정정 악화로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추가파병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파병 원칙은 변함없다"는 공식입장으로 일관하는 것도 권한대행으로서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