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격 이슬람 세력의 저항 거점인 카르발라와 팔루자에서 휴전이 추진되면서 연합군과 저항세력 사이의 전투가 10일부터 소강상태로 접어 들었다.카르발라의 시아파는 10일 시아파 성일(聖日)인 '아르비엔야'를 맞아 3일간의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과격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 휘하의 메흐디 민병대는 성명에서 "카르발라의 폴란드, 불가리아 병력에 대한 군사행동을 12일 자정(한국시각 13일 오전 6시)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연합군이 카르발라 시내와 성지, 민병대 검문소를 공격하지 않는 한 휴전은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측은 휴전제의에 즉각 응하지 않았지만 일단 공격은 중단했다. 성일을 전후해 모여들고 있는 시아파 순례자가 최고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대규모 유혈충돌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니파 저항거점인 팔루자에서도 휴전이 추진되고 있다. 중재에 나선 이라크과도통치위(IGC)의 하템 알 후세이니 위원은 "수니파와 미군이 1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12시간 동안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팔루자를 포위한 미군도 수니파들이 제시한 휴전 조건에 따라 철수하기로 해 휴전은 사실상 발효됐다.
소강국면에도 불구, 이라크는 여전히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빠져 있다. 카르발라, 팔루자, 바쿠바, 쿠트, 라마디 등에서 산발적 교전이 이어지고 있고 외국인 대상 인질극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바그다드에선 11일 미군 헬기 1대가 격추되고 연합군 임시행정처가 있는 그린존에서도 7차례의 폭발음이 들렸다.
성일을 계기로 한 일시적 소강상태가 수습국면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미군이 시아·수니파의 저항을 동시 진압하기 위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과 이슬람 과격 세력 모두 극단적 전투의 장기화에 부담을 갖고 있어 이번 휴전 움직임이 사태 수습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사드르는 이번 시아파 봉기로 소수파 지도자의 이미지를 벗고 전체 시아파의 중량급 인물로 부상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항을 계속하는 것은 미군의 강경진압을 불러 오히려 세력기반 와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국내 여론과 국제사회의 비난, IGC에 참가한 이라크 지도자들의 이탈 및 민심이반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랍권 언론은 미국을 사담 후세인, 또는 팔레스타인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에 비유하며 비난하고 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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