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책대결은 실종되면서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9일 본지가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3당의 경제공약을 분석한 결과 각 당 공약의 상당수는 '표심' 공략을 위한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고 예산 확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공약(空約)'도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신용불량자나 고용 문제 등에 있어서는 주요 정당의 공약이 별 차별성이 없는 데다 이미 나온 정부 정책을 베끼거나 각색한 수준에 불과하고 구체성도 결여돼 있어 '정책 선거'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평이다.
신용불량자 문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우선 '사회적 낙인'과 다름없는 신용불량자 등록제도 폐지와 일자리 제공을 약속했다. 한나라당은 또 신용불량자 구제기금을 사회적으로 모금하고 다중채무자를 위한 개인자산관리공사를 설립, 10조원 상당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신용불량자 100만명을 구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개인자산관리공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배드뱅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민주당은 본인의 능력에 따라 최다 20회까지 나누어 갚을 수 있는 '리볼빙 어카운트' 제도의 전면 시행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은 배드뱅크 설립과 신용회복지원 활성화, 신용정보인프라 조기구축 등 이미 추진중인 정책들을 열거했을 뿐이다. 3당 모두 신용불량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고용대책
3당은 가장 손쉽게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공공부문 고용증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아·태지역 가난한 나라에 '정보화평화봉사단' 1만명을 파견하고, 경찰 2만명, 소방관 및 119구조대 2만명, 교사 6만명, 사회복지사 1만명 등 공공부문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
한나라당 역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5년간 매년 정부 투·출자기관 정원의 3%를 신규채용해 2008년까지 1만1,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2만명, 사회복지사 8,000명, 소방관 2,000명 등 공공인력도 대폭 확충하고,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퇴직연금제 조기 도입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공약도 들어가 있다. 우리당은 매년 4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등을 집중 육성하고 벤처 창업과 경영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3당 정책 모두가 일시적으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다.
재벌 및 기업정책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우리당과 민주당은 시장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공약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에 좀더 적극적인 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대책으로 민주당은 '1일 창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수도권 공장설립규제를 재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당은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인하하고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제도도 3년간 한시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나라당은 기업 물류비 경감을 위해 3년간 에너지세율 인상을 유보하고 시중 부동자금 산업화를 위한 제2의 산업은행(신산업투자은행)을 자본금 10조원 규모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산업은행 규모 확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제2의 산은 설립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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