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시대가 활짝 열렸다. 디카는 필름 값을 들이지 않고 찍고 지우기를 거듭할 수 있고, 컴퓨터와 연계해 다양하게 가공하거나 손쉽게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는 등 고유의 편이성을 자랑한다. 고급 기종으로 가면 아날로그 카메라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촬영 기법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한 음질을 자랑하는 CD 앨범이 범람하는 지금도 LP판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듯 거센 디카 바람 속에서도 아날로그 카메라에 애정을 쏟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 아날로그 카메라 특히 낡고 빛 바랜 모습이 초라하기는커녕 은은한 기품을 자랑하는 클래식 카메라, 라이카와 콘탁스를 개발한 오스카 바르낙과 칼 차이스 등 명장(名匠)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라이카 M3, 롤라이플렉스 TLR, 하셀블라드 500CM, 콘탁스 Ⅱ, 캐논 F1, 니콘 F2, 조르키 3 등 애호가들의 가슴이 설렐 만한 세계 카메라사의 명기(名器)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일회용 카메라 수준인 코닥 엑스트라라이트 10, 폴라로이드 SX―70, 최초의 국산 카메라 코비카 BC1 등의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이 책은 또한 다큐멘터리 웹진 '이미지 프레스'(www.imagepress.net)의 이상엽 임재천 강제욱 노순택씨 등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13종의 카메라를 번갈아 들고 떠난 국내외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낸 여행기이다.
카메라에 얽힌 개인적 추억, 여행지와 피사체 특성을 감안해 특정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와 그 카메라의 역사를 밝히고, 실제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을 소개하는 특이한 구성이다. 이를 통해 낡은 클래식 카메라가 여전히 깊은 울림의 따스한 영상을 척척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또 그 카메라의 제원, 비슷한 카메라들과의 비교는 물론 클래식 카메라 전문 상인, 부속까지 직접 만드는 수리 전문가를 소개해 초심자들의 선택과 활용을 돕고 있다.
이런 구성은 328쪽의 책을 작은 박물관처럼 빛나게 하지만, 카메라 이야기와 여행기의 이음매가 어딘지 매끄럽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는 인상도 풍긴다.
/황영식 편집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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