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의 재판 진행 방식이 극히 원칙적, 중립적이어서 변론 때마다 소추위원과 피청구인 양측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지난달 30일 1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3일 후인 4월2일을 2차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소추위원인 김기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선거운동을 이유로 총선후 변론재개를 요청하고 변론기일 조정신청까지 냈지만 기각됐다. 소추위원측은 불만을 나타냈지만 빠른 변론 진행을 희망해 온 피청구인측은 흡족해 했다. 헌재측은 "신속하고도 엄정한 변론 진행이라는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9일 3차 변론에서는 안희정, 최도술씨 등 측근비리 관련자 4명에 대한 증인채택을 수용, 소추위원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헌재가 측근비리를 본격적인 심리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와 증인신문 절차 추가로 재판 기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갖는다. 이는 변론진행의 원칙 중 '엄정 심판'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재판부의 결정에 피청구인측은 당혹해 하면서 증인 신문내용의 사전공개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소추위원측은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신문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경우도 있느냐"고 반박했지만, 재판장인 윤영철 헌재소장은 "피청구인측의 반론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재판부도 내용을 좀 알아야 겠다"며 사전제출을 명령했다.
또 증거신청 중 핵심이었던 노 대통령의 증인 채택에 대해선 보류 결정을 내려 어느 편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피청구인측의 한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사소한 절차상의 흠결이나 형평성 논란도 허용치 않으려는 재판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며 "재판기간이 예상외로 길어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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