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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직접신문 물건너 갈 듯/헌법재판소, 출석보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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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직접신문 물건너 갈 듯/헌법재판소, 출석보류 결정

입력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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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직접신문 신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보류 결정은 대통령 직접신문이 탄핵사건 심리 진행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기초한다.대통령의 출석으로 탄핵심판의 모양새를 갖춘다는 상징적인 면보다는 대통령이 출석해도 심리에 영향을 줄 새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실리적인 면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노 대통령 출석시 헌재가 정쟁의 장(場)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온 노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일단 '절반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기각이 아니어서 '위태로운 승리'로 비쳐지긴 하지만 현재로선 노 대통령의 출석요청이 다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통령 측근들이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기존 진술을 뒤집고 노 대통령과의 공범관계를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노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새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소추위원측은 노 대통령 직접신문을 끈질기게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재판부가 노 대통령 직접신문 신청에 대한 보류 결정을 알리자 소추위원측은 탄핵사건과 전혀 상관이 없는 노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대해 색깔론을 제기하다 제지를 당했다. 소추위원측 이진우 변호사는 "노 대통령은 부산시장 출마 당시 '나는 법보다 밥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은 볼셰비키 사상의 근간"이라며 탄핵심리를 이념공세로 몰고 가려는 전략을 드러냈다. 이에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요점만 이야기해달라. 대통령이 출석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제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소추위원측은 재판이 끝난 뒤에도 "법치주의를 파괴한 노 대통령의 볼셰비즘 발언에 대해 직접 신문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심판정에 나와 사퇴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측 이용훈 변호사는 소추위원측의 색깔론 제기에 대해 "헌재의 신성함을 모독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헌재는 노 대통령 취임후 발생한 측근비리 사건 관련자에 대해서는 증인신청을 수용하고, 취임전 비리사건 관련자는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탄핵사유 심리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드러냈다. 소취위원측은 '직무와 관련해'위법·위헌 행위를 했을 경우 탄핵사유가 된다는 법조항을 대통령 후보시절까지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재판부는 직무관련성을 취임후로 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대법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선관위 관련자를 직접 출석시키는 방안 대신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문제를 논의한 당시 회의록을 제출토록 해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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