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성(44·사진)씨가 첫 소설집 '소기호씨 부부의 집나들이'를 출간했다. 등단 7년 만이다. 그는 그간 '마요네즈'와 '트루스의 젖가슴' 등 장편 두 권을 냈다. 전씨는 소설이 얘기하는 것은 결국 삶과 사람들에 관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첫 소설집은 그 사람살이 중에서도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쿠키 모양의 호수'에서 영주는 실업자인 남편을 힘겨워하다 큰 다툼을 벌인다. "피붙이 같았던 남편이 부자연스러운 이물감으로 변질되는"(평론가 강상희) 과정은 매우 세심하게 전개된다. 남편이 무작정 집을 나간 뒤 학습지 회원을 모집하는 여자, 신문 구독료를 받으러 온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마음 졸이며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리는 불안하다.
표제작 '소기호씨 부부의 집나들이'는 무너져 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숙용은 대학시절 자원봉사도 함께 하고 시민운동에도 함께 참가했던 남자 소기호와 가정을 꾸렸다. 술을 마시고도 의젓해 보이는 모습에 믿음이 가서 결혼했던 남편은 그러나 벌이는 사업마다 수습하지 못했고, 언젠가부터 술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모델하우스 나들이길에서 어느날 숙용은 독립선언을 한다. 여성이 제길 찾기를 결심하기까지 겪는 마음의 고통과 혼란이 매우 세밀하게, 그러나 비탄으로 몰리지 않고 경쾌하게 묘사되는 게 전씨 소설의 특징이다. 선배 소설가 서영은씨는 전씨의 작품에 대해 "정치한 마술적인 언어를 통해 교묘하게 웃음으로 위장된 인간관계나, 비정하나 질서있는 듯이 보이는 사회적 메커니즘까지 극사실화함으로써 생에 대한 분노, 절망, 좌절이 더 이상 아픔, 슬픔일 수 없게 만든다"고 평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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