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작가 요르기 야트로마놀라키스(64)의 장편 '소들의 잠'은 독특하다. 크레타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큰 줄거리로 삼으면서, 신화의 세계와 그리스의 현대사를 촘촘하게 짜넣었다.1928년 어느날 아침 농부 디케오스는 빚을 받으러 온 부자 세르보스를 총으로 쏴 죽인다. 디케오스는 산으로 도망치고, 남겨진 아들 그리고리스는 눈을 뜨고 자는 소들의 잠을 자야 하는 고통에 시달린다. 50년에 걸친 정신적 시련 속에 소들의 잠으로 인해 얻게 되는 신비로운 감각,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조상과의 만남 등이 겹쳐진다. 그리스가 민주화와 현대화의 도정에 있던 혼란스런 역사적 상황도 소설에 녹아 있다. 독일 신문 디 차이트는 "미적 형상으로 치장하는 대신 냉정한 서사의 자세를 견지하는, 소설 고유의 힘을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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