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일본인 3명 납치사건이 발생한 지 둘째 날인 9일에도 일본 정부는 자위대 철수는 단호히 거부한 채 미국과 협력하며 인질 석방·구출을 위한 정보수집과 교섭루트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인질의 소재, 범인 그룹의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아 각국과 이라크 잠정통치기구(CPA)에 정보제공을 요청했을 뿐 속수무책인 상태다.
범인들을 연일 "비열한 테러리스트"로 비난하고 구출작전까지 염두에 둔 듯한 미국과의 협력태세 강조가 범인들을 더욱 자극할 우려도 있다.
9일 새벽 3시30분(이라크 시간 8일 오후 10시30분)께 자위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남부 사마와의 CPA사무소에 대전차 로켓포탄 2발이 발사되고 사마와 경찰이 응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자위대 주변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경찰청은 일본 국내에서의 테러공격에 대비해 총리 관저, 국회, 철도, 미군 기지, 원자력발전소 등 중요 시설 650여개소에 대한 경계·경비도 한층 강화했다.
납치된 코리야마 소이치로(郡山總一郞·32), 이마이 노리아키(今井紀明·18), 다카토 나오코(高遠菜穗子·34·여)씨의 가족들은 이날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무성 장관과 면담, "무사 석방을 위해 자위대 철수도 무조건 거부하지만 말고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1월 2회, 2월 4회, 3월 4회, 4월 3회 등 이라크를 떠나라는 대피 권고를 반복해왔는데도 활동을 계속하는 민간인들에 대해 보다 강력한 이라크 입국금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마와 지역의 일본 보도 관계자 20여명은 정세악화로 자위대 숙영지 내에 대피해 있는 상태다.
제1야당 민주당은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은 물론 고이즈미 총리의 책임"이라면서도 "우선은 인질의 무사구출을 위해 협력할 것은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이날 중의원 외무위원회 출석이 예정돼 있던 가와구치 장관이 사건 대책에 전념토록 자민당과 협의해 심의를 취소했다. 사민당은 "이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역시 발생해버렸다"면서 "자위대를 철수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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