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의 증언 이후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여론이 라이스 보좌관과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방송사들은 라이스 보좌관의 증언이 끝난 직후부터 일제히 일반 시민과 전문가들의 엇갈린 반응을 전하면서 라이스 보좌관의 증언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특집 방송을 편성했다. 관심은 클라크의 증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전시 지도자'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대선을 앞두고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과연 라이스의 증언이 이를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느냐에 쏠린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뚜렷한 여론의 향방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라이스와 클라크의 상반된 증언은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공화당과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은 제한된 여건 하에서 충분히 할 일을 다했다"는 요지로 라이스 보좌관이 당당하고 설득력 있는 증언을 했다며 성공작이라고 평가한 데 비해 민주당측은 라이스를 공개증언 자리에 앉힌 것 자체가 백악관의 수세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이라크 상황이 라이스 증언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팔루자 충격'에 이어 이라크 저항세력의 전면 봉기 양상으로까지 번져가는 상황이 9·11 대처 논란에 오버랩된다면 대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은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사태 악화 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그 동안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해온 중간층이 찬성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라이스의 증언이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킬지는 미지수다.
라이스와 클라크는 보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의회 증언을 통해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엇갈리는 논리를 펼쳤다.
클라크 전 보좌관이 대처를 소홀히 한 부시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데 비해 라이스 보좌관은 '심각한 상황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했지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는 '정보 부실론'으로 반박했다. 정보기관이 40여 차례나 보고했다는 알 카에다 위협론이 부실한 정보뿐이었고 9·11 직전의 '빈라덴 미국 내 공격 결심'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도 실상은 오래된 정보를 바탕으로 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에는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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