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당선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자, 다가오는 미래에 희망을 예고하는 경사다."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가 2002년 10월 27일 제17대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네 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이 된 룰라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브라질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데니지 파라나가 룰라와 그의 가족, 친구를 인터뷰한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는 룰라의 언론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룰라는 1945년 10월 27일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의 빈민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은 땅콩과 오렌지를 팔고 세탁소 점원과 전화교환원, 구두닦이를 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다. 국가기술연수원의 지원을 받아 기술선반공 과정을 마친 뒤 공장에 들어간 그는 68년 형 프레이 쉬쿠의 권유에 마지 못해 노조에 가입했는데, 이것이 인생을 바꾸었다. 75년 노조 위원장에 당선되고, 이어 80년에는 41일에 걸친 장기 파업을 이끌고 노동자당을 창설한다. 하원의원으로도 활동한 그는 89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 그리고 세 번의 낙선 끝에 드디어 대통령이 된 것이다.
룰라는 책에서 이 같은 인생 역정을 소상하게 이야기한다. 가난한 가족사와 하루 세끼 먹을 것과 내 집 마련에 급급했던 노동자가 필연적으로 노조 활동에 투신할 수 밖에 없는 브라질의 사회상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룰라는 "저를 신격화하지 말아 주십시오…저는 결코 위선자도, 성인 군자도 아닙니다"라며 과도한 평가와 호기심을 경계했다.
룰라와 주변 사람의 인터뷰 글 모임이기 때문에, 그를 좀 더 종합적으로 바라보려면 브라질의 최근 경제 상황과 정책, 노조와의 관계 등에 대한 기사와 자료를 함께 읽는 게 좋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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