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윈튼 마셜리스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트럼펫 연주자로 꼽히는 올레 에드바르트 안톤젠(42)이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21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가 그 무대. 1997년의 첫 방문, 2000년 아셈 기념 평화음악회에 이어 세번째인 이번 내한 공연에서 그가 들려줄 곡은 TV 프로그램 '장학 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친숙한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과 졸리베의 '트럼펫, 피아노, 현을 위한 콘체르티노.'특히 하이든 곡의 카덴차(협주곡의 빠른 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독주 악기의 기량을 남김없이 과시하도록 삽입된 부분)는 폴란드 출신 세계적 작곡가 펜데레츠키가 써서 안톤젠에게 헌정한 것으로 한국 초연이다. 안톤젠은 이 카덴차를 지난해 10월 펜테레츠키의 지휘로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과 초연했다. 연주자로서 곡을 헌정받는 것은 대단한 영예이며,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자랑스런 증표이기도 하다.
안톤젠은 노르웨이 사람이다. 제네바 콩쿠르 우승 이후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수석으로 활동하다가 독주자로 나섰다. EMI에서 마리스 얀손스, 볼프강 자발리쉬 등 정상의 지휘자들과 함께 10여 장의 음반을 냈으며, 그 중 'Tour de Force' 'Read My Lips' 등 크로스오버 앨범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졸리베의 '콘체르티노'도 매력적이다. 신비스런 느낌을 주면서도 '플러터 텅잉'(flutter―tonguing·혀를 굴려서 연주하는 관악기 주법)과 약음기를 사용해 현대곡의 면모를 풍기는 곡이다. 피아노와 트럼펫, 현이 앙상블을 이루는 이 곡에서 안톤젠과 협연할 피아니스트는 김영호 연세대 교수. 학생을 가르치면서 무대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김 교수는 음악을 제대로 해석하고 전달한다는 신뢰를 받고 있다.
안톤젠과 호흡을 맞출 지휘자는 타데우슈 스트루가와. 폴란드를 대표하는 지휘자로서 크라코프 필, 폴란드 라디오 심포니, 바르샤바 필 등 폴란드의 주요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거쳤고, 현재 체코 FOK 프라하 심포니에서 종신 객원지휘자로 있다. 특히 2003년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 '피아니스트' 사운드트랙에서 쇼팽의 '그랜드 폴로네즈'를 지휘하기도 했던 그는 90년대 서울시향을 여러 차례 지휘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협연자와 지휘자 이름으로도 이처럼 기대를 갖게 하는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가히 진수성찬이다. 트럼펫협주곡이 두 곡이나 들어 있는 것도 풍성한데, 하이든의 교향곡 88번과 베토벤 교향곡 8번까지 연주한다. 하이든의 교향곡 88번은 브람스가 부러워마지 않았던 고전적 아름다움을 지닌 곡이며, 베토벤 교향곡 8번은 다른 걸작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숨은 보석 같은 곡이다.
더욱 반가운 것은 이번 공연이 서울시향이 올해 의욕적으로 펼치는 금관악기 거장 초청 시리즈의 첫 무대라는 점. 안톤젠에 이어 6월 21일 스웨덴 출신 세계적 트롬본 연주자 크리스티안 린드베리가 협연한다. 가을에는 호른의 명인을 초청할 예정이다. 문의 (02)399―1741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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