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주저 앉을 순 없었다.'하얀 수건을 일제히 흔들어대는 홈팬들의 응원에 TG삼보의 뒷심이 매섭게 살아났다. 벼랑 끝에 내몰린 선수들은 코트에 몸을 내던지며 흐르는 볼을 악착같이 잡아냈고, 이것이 기사회생의 원동력이 됐다. TG삼보가 8일 원주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03∼04애니콜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보물센터' 김주성(20점 9리바운드)의 골밑 투혼과 전방위 활약을 펼친 앤트완 홀(20점), 고비마다 외곽포를 터뜨린 양경민(19점 3점슛4개)을 앞세워 전주 KCC를 82―68로 물리쳤다. KCC는 민랜드가 김주성의 강력한 대인수비에 막혀 15점에 그쳤고 이상민도 경기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고 6점에 그쳤다. 이로써 3승3패를 기록한 양팀은 10일 벌어지는 최종 7차전(원주)에서 우승컵의 주인을 가린다. 프로농구 출범이후 7차전까지 간 것은 이번이 3번째다.
1쿼터 막판 토종 슈터들의 외곽포가 터지면서 KCC가 먼저 주도권을 잡았다. 2쿼터 들어 KCC가 점수폭을 넓히며 도망갔다. 허재는 흥분한 동료들을 진정시키려 안간힘을 썼지만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르는 그 자신도 어쩔 수없이 마음이 급해졌다.
돌파구를 연 것은'날쌘돌이 가드'신기성(14점). 2쿼터 4분전 좌중간에서 3점포를 성공시킨 뒤 골밑 점프슛까지 성공, 30―34로 따라갔다. 이어 김주성의 자유투, 양경민의 정면 3점포로 전반을 마칠 댄 38―39로 추격했다.
3쿼터 3분여 남기고 신기성이 미들슛으로 51―51. 민랜드의 자유투 득점으로 1점을 빼앗긴 TG는 곧바로 신기성이 3점슛 포함, 5점을 몰아쳤고 김주성이 팁인을 보태 58―52로 달아났다. 3쿼터 종료 4.5초 전 홀이 우중간에서 던진 3점포가 림을 한 차례 튕기며 짜릿하게 골망을 통과하며 승리의 여신은 TG쪽에 미소를 보냈다.
61―55로 4쿼터에 돌입한 TG는 마지막 5분여간 파죽지세로 승기를 굳혔다. 양경민의 좌중간 3점포로 탄력을 받은 홀은 조성원의 골밑슛을 블로킹해낸 뒤 직접 드라이브인을 폭발, 경기종료 3분전 75―61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종료 1분30초전 홀은 림을 크게 흔드는 슬램잼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전창진 감독은 "게임이 안 풀릴 땐 홀이 공 잡는 시간이 많았는데 오늘은 홀이 양경민에게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준 게 승인"이라고 말했다.
/원주=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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