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드라고 했잖아, 후라이드. 이걸 누가 물에 빠뜨리래?”(유승호ㆍ‘집으로’)“내는 뭔데? 내가 니 시다바리가?”(장동건ㆍ‘친구’)
“밥은 먹고 다니냐?”(송강호ㆍ‘살인의 추억’)….
뻔한 말이기는 하지만 영화 속 명대사는 해당 배우가 특정 상황에서 했기 때문에 명대사다. 장동건이 한창 싸우다가 “후라이드…”라고 징징거린다거나, 꼬마 유승호가 할머니에게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고 하면 그것은 엽기와 패륜이지, 명대사는 결코 아니다.
15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범죄영화 ‘범죄의 재구성’은 이런 점에서 중견배우 백윤식(57)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기꾼들의 한국은행 털이를 그린 이 영화에서 인구에 회자될 만한 명대사들이 거의 그의 입에서 나온다. “청진기 대보니까 진단이 딱 나온다. 시츄에이션이 좋아.”(한국은행을 털자는 박신양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며) “서사장! 나 수술당했다. 거의 뇌수술 수준이야.”(진짜 범인에게 오히려 사기를 당하자)
어쩌면 평범해 보이는 이 말들이 웃기고 가슴을 파고 드는 것은 역시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와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보여준 ‘백윤식표’ 말투와 외모 때문이다. 높낮이 없는 억양, 매서운 눈매, 넘치는 카리스마 등 조건만 보면 진짜 엄숙한 ‘대부’인데,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개그인 그런 상황이다. 단언컨대 백윤식 없는 ‘범죄의 재구성’은 상상도 할 수 없다. 34년 연기경력의 점잖은 배우가 이렇게 웃길 수 있다는 것은 ‘범죄의 재구성’ 뿐만이 아니라 한국영화에도 커다란 행운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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