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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황 따라 동남아 경제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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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황 따라 동남아 경제 희비

입력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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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경제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잘 나가고 있는 반면 필리핀 대만 경제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상황이다. 이 같은 동남아 국가별 경제적 명암은 주로 정치적 안정 여부에 좌우되고 있다.

◆태국

가장 펄펄 나는 나라는 태국. 지난해 경제성장률 6.7%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전통의 개도국들이 3%를 겨우 턱걸이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태국의 올해 예상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더 높은 7∼8%이다. ING 이코노미스트인 팀 코든은 "금년 태국은 중국보다 빠른 성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경제의 고속순항은 수출호조와 내수회복, 공공부문의 투자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사스 파동에서 벗어나면서 최대수입원인 관광산업이 정상궤도로 진입했고, 이는 외화수입증대와 국내 일자리창출, 소비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탁신 치나왓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도 태국경제 안정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탁신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정치개혁과 경제안정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집권당인 '타이 락 타이'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가 확실시된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도 지난해 동남아국가중 최상위권인 5.2% 성장에 이어 올해는 6%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98년이래 저금리정책으로 국내투자가 활성화하고 있으며 소비심리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외환위기 이후 'IMF식 처방'을 거부한 채 고정환율제 외환통제 등을 골자로 한 독자적 경제정책을 추진해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식 해법'은 일단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고정환율제 덕에 최근의 달러화 약세가 링기트화의 동반 절하로 이어져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마하티르 총리가 지난해 10월 정계를 은퇴하면서 22년 장기집권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후임 바다위 수상이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정치적 혼란도 제거돼 경제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만

건실한 펀더멘털에도 불구, 총통선거이후 정국불안으로 대만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기관들은 당초 올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을 6%대로 비교적 높게 전망했지만, 총통선거이후 국론이 분열되고 증시가 요동치면서 낙관론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리먼브라더스의 한 분석가는 "정치상황 때문에 성장전망을 낮춰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5월10일 대통령선거를 앞둔 필리핀 경제 역시 정치불안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국불안으로 연초 무디스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경고한 이후 페소화 가치는 2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선과 맞물려 재정적자악화, 대외채무증가, 공기업민영화 지연 등 우려조짐이 가시화하고 있어 외국인투자자금 유입도 갈수록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필리핀의 국가등급은 현재 투자적격등급보다 2단계 아래이지만 대선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하향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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