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연설회 대신 17대 총선에 첫 도입한 '지역구별 후보자 TV대담·토론회'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후보자가 뚜렷한 사유도 없이 불참해 토론회가 아예 무산되는가 하면, 유력후보자가 빠진 채 반쪽짜리 토론회로 진행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토론 내용도 정치공방과 인신공격성 비방 등으로 흘러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7일 열릴 예정이었던 전남 장흥·영암 선거구 토론회엔 민주당 김옥두, 열린우리당 유선호 두 유력후보가 특별한 사유도 없이 나오지 않아 토론회 자체가 무산됐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 갑에서는 우리당 김명섭 후보가 불참을 통보, 나머지 4명의 후보만으로 반쪽짜리 토론회가 진행됐다. 영등포 을에서도 우리당 김종구 후보가 불참했다. 김명섭 후보측은 야당의 선(先) 탄핵 사과를 주장했으나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을까 봐 토론회를 보이콧했다"는 해석이 많다.
이처럼 후보 불참 등의 이유로 토론회가 아니라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정견만 발표하는 '합동방송연설회'로 바뀐 경우가 8일 현재 서울 지역구 48곳 중 15곳에 달한다. TV토론회가 열렸거나 열릴 계획이 있는 곳도 6일 현재 전국 243개 지역구 가운데 38.3%인 9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역은 미정이거나 '합동방송연설회'로 대체됐다.
토론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 후보 검증이라는 본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남 한 토론회에서는 탄핵 문제와 중앙당 정책 등 지역과 상관없는 의제가 주였고, 충주지역 토론회에서는 인신공격과 상호비방이 난무했다. 7일 충남 공주·연기 토론회는 구여권 실세에게 돈을 준 혐의로 시민단체 낙선대상에 선정된 우리당 오시덕 후보 '청문회'로 흘렀다. 오 후보는 시종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다 "검찰 공소장에 나와 있는 사실도 부인하느냐"는 자민련 정진석 후보의 공격을 받고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 시간대가 대부분 밤10시 전후인데다 수도권의 경우 지역 케이블TV가 중계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것도 문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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