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점령통치가 위기를 맞았다. 시아파 강경세력의 무장봉기로 며칠 새 이라크인과 미군 및 연합군 수백명이 사망한 상황은 지난해 침공 전쟁 때보다 오히려 심각하다. 전투양상은 비할 수 없지만, 민중봉기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파병을 앞둔 북부 쿠르드족 지역은 괜찮다지만, 그 곳도 분쟁요인이 도사리고 있어 무모한 파병을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이번 사태는 종파와 노선, 민족 등으로 갈린 이라크 점령통치가 끊임없는 유혈 속에 계속될 것임을 새삼 예고한다. 저항투쟁은 과거 지배 세력인 소수 수니파가 주도하고 다수 시아파는 협조적이라고 했으나, 이번 봉기는 왜곡된 선전에 가려진 광범한 반감과 갈등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
강경 시아파의 봉기는 7월 주권이양을 둘러싼 미 군정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미 군정은 종파와 민족 대표로 구성한 임시정부에 제한된 통치권을 넘겨주기로 하면서, 후세인 패망 뒤 바그다드 외곽 사드르 시 등의 시아파 빈민 200만명의 자치를 이끌어온 강경파 지도자 알 사드르 세력을 배제했다. 미 군정은 이들과 협상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탄압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긴요한 순탄한 주권이양을 스스로 막은 실책으로 비치지만, 허울뿐인 주권이양 뒤 도전할 세력을 미리 정리하려는 속셈이란 분석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무력 진압과 온건파 설득을 병행, 사태를 수습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문제는 북부 쿠르드족 지역도 적대적인 여러 무장파벌로 갈린데다가, 자치형태를 새로 정하는 것을 놓고 미 군정과는 물론이고 파벌간 분쟁에 이를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쿠르드족이 미국에 우호적이라는 전제에만 의지, 무작정 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안이하다. 시아파 봉기가 이를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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