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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으세요"/2년만의 콘서트 정태춘·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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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짐을 잠시 내려놓으세요"/2년만의 콘서트 정태춘·박은옥

입력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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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는 정태춘(50)·박은옥(47) 부부가 데뷔 25주년째 되는 해였다. 데뷔 몇 주년 기념공연이 유행 같이 통하는 때지만, 그들은 예정돼 있던 콘서트까지 취소해 가며 1년을 공연 없이 보냈다. 가장 큰 이유는 정태춘의 깊은 속앓이 때문이었다. "사람들마다 전환기와 고비가 있듯이 내 자신이 한 고비를 넘어가는 시기였다"고 그는 말한다.

그간의 고민은 정태춘이 곧 출간할 시집 '노독일처'(老獨一妻)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은옥이 옆에서 거든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고 자기에게만 몰입하며 덜 피곤하게 산다는데… 이 사람은 아닌가 봐요. 차올라 오는 마음 속 것들이 시로 쏟아져 나오나 보죠."

'아무런 저항도 없이/ 세상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그게 긍정적인 인간이란다'('교육') 그러나 그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3년 남짓 속앓이 하는 동안 세상의 모순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현대백화점 천호점과 삼성점, 압구정점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겉모양을 바라보며 그들의 월 수입 차이를 생각했다. 씁쓸했다. 그럼에도 같은 가격의 백화점 봉지를 쓰고, 아무데서나 차별없이 회수하는 것부터가 그가 생각하는 세상의 아이러니다.('현대점'과 '속, 현대점')

'권력이 사람들을 국민이라 부르며/ 택도 없는 애국심과/ 개인들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더 이상의 폭력도 없는'('노독일처') 그런 세상은 과연 올 것인가? 권력과 자본의 문제는 그를 짓눌렀으나, 그는 시 속에서 그 문제에 대해 때로는 단정짓고 유보하며 한 단락을 지은 채 다시 노래 무대에 선다.

부부가 9일부터 18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2년 만에 갖는 공연의 제목은 '봄바람 꽃노래'. '구름 위에 사뿐히 내려 앉는 기분이 이럴지도 모를 것 같아요.' '여기 잠시 고단한 삶의 짐을 벗어 놓고 각자의 삶을 위로 받고 젊었던 그 날을 회상합니다.' 재작년 같은 제목으로 열렸던 이들의 공연을 본 관객의 후기다. "우리 공연을 보러 오는 이들은 그 시간을 재미 있게 보내러 오는 분들은 아닐 거에요. 그냥 잠시 마음의 짐을 내려 놓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인 셈이죠"라는 박은옥의 말처럼 따뜻하고 슬픈 그런 자리다.

86년 무렵부터 진보예술운동 진영에 서서 사전 심의를 거부한 채,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을 발표하고 양심수를 위한 공연, 자유 콘서트, 가깝게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강제징용 희생자 추도 콘서트, 탄핵규탄 집회 등 주로 거리에 서 노래해 온 정태춘 박은옥. "'떠나가는 배'처럼 서정적인 노래만 불렀으면 우리에게 거부반응 느끼는 사람은 없었을 것"임은 알고 있지만 이들 부부는 고집스럽게 우리시대와 사회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하지만 "날이 궂어지면 낮게 날아 비소식을 알려주는 새처럼 세상사에 관심 못 두고 사는 이에게 이 세상 얘기를 전해 주는 게 우리의 소명"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들은 '촛불' '떠나가는 배' '92년 장마 종로에서' '동방명주 배를 타고' '오토바이 김씨' 등이다. 문의 (02)3272―2334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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