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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선정보도, 유권자 이탈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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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선정보도, 유권자 이탈 부추긴다

입력
2004.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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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을 앞두고 언론 보도가 선정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 선정주의(Sensationalism) 보도란 사건의 특정 부분을 강조하고,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사건 기사를 실제보다 흥미롭고 중대한 것처럼 윤색하는 것이다.언론사 입맛 따라 편집

왜곡 논란을 빚은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전한 탄핵찬성 집회 사회자 송모씨의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비하발언 보도는 가정이라는 표현이 생략된 채 자극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방송했다는 점에서 선정보도에 해당된다. 원본을 짧게 줄인 이 내용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송씨가 "비유를 들어보겠다"고 말한 부분과 청중의 욕설을 제지하는 장면을 제외함으로써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방송의 관행상 뉴스에서 일부분이 부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런 민감한 내용의 방송이 과연 시청자의 이성적 판단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사실은'의 보도는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송씨의 발언 내용은 찬반 양측 시청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이성적 논의를 거부하는 자극적 표현은 처음부터 정치적 심사숙고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대규모 집회에서 오고 가는 무책임한 주장과 비방이 논리와 설득력을 갖추기도 어렵다.

이러한 선정주의는 일부 신문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보도와 명계남 문성근씨의 열린우리당 분당 관련 발언 보도로 이어졌다. 전체 내용 중 독자의 감정을 자극하기 쉬운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방식은 권 여사 비하 발언 보도와 다르지 않다.

이번 선거는 후보자의 대중 유세를 금지한 반면, 방송 토론을 통해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선거에서 언론, 즉 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오늘날 선거는 '미디어 선거'로, 그리고 정치와 민주주의는 각각 '미디어 정치' '미디어 민주주의'로 불리고 있다.

미디어 정치시대에 언론의 긍정적 측면은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정치 뉴스와 의견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정치적 의식 수준을 향상시키고, 정책과 이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투표하는 '숙의(熟議)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치의 오락화' 중단을

그러나 특히 정치 보도에서 언론의 선정주의는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과 갈등, 대결 장면을 전달함으로써 정치를 오락화하고 스캔들 뉴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여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신뢰와 관심을 감소시키는 탈(脫)정치화를 가져온다. 미국에서도 선정적 정치 보도가 197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투표율이 떨어지는 '시민 없는 민주주의'(Democracy Without Citizens)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를 구가하는 언론의 정치 보도가 '숙의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탈정치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결국 선정주의의 탈피 여부에 달려 있다.

/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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