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A고 3학년 김모(18)군은 지난달 18일 사설 입시기관의 모의 수능시험을 치렀다. 김군은 이달 14일 서울 D학원이 실시하는 수능 모의고사에도 응시할 계획이다. 김군은 "13개 시·도 교육청이 지난달 26일 실시한 전국단위 학력평가에 응시했지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객관적인 실력 파악이 어려웠다"며 "반면 사설 모의고사는 전국 석차와 대학 학과별 점수분포 등을 알려줘 유익하다"고 말했다. A고 교사는 "교육당국이 사설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엄포를 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연간 4∼5차례 시험을 본다"고 털어놓았다.교육인적자원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2001년부터 재학생에 대해 시·도 교육청 및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모의고사를 제외한 사설 모의고사의 응시를 금지했지만 연간 1,000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불법이라는 지침만 내려 보낼 뿐 변변한 단속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있어 사설 모의고사 금지방침은 사실상 사문화 상태다.
모의고사 전문업체인 서울 J사가 지난달 18일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 수능시험에는 전국 800여개 고교에서 무려 34만명이 응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간 고3 대상 5회, 고 1, 2 대상 6회 등 총 11회의 모의고사에 300만명(연인원) 정도가 응시, 매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수능시험 직전인 10월에 시행하는 모의고사에는 전국 2,100여개 고교 중 80%가량이 응시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J·D·K학원 등 연간 2∼5회의 모의고사(응시료 7,000∼8,000원)를 실시하는 다른 유명학원까지 합칠 경우 응시인원은 1,000만명(연인원)을 넘어 최소 1,000억원대의 사설 모의고사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게 학원업계의 추산이다.
서울 강남지역은 유별나게 단속이 심해 학교에서 단체 모의고사를 치르기 어렵다 보니 개별적으로 응시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원가에서 시험문제를 구해 직접 풀어본 뒤 우편으로 보내 평가를 받거나 온라인 입시학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전병식 연구관은 "학교와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사설 모의고사에 응시토록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방분권과 학교 자율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통제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교육부는 최근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일선 학교가 사설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일이 없도록 장학지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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