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코가 뾰족한 신인 남자 가수에 어쩐지 눈이 간다. 스팅 분위기인걸? 그가 부르는 노래도 귀에 익다. 'Another Day'. 고급 바에서 흘러 나올법한 느낌의 노래다. 요즘 주목 받는 신인가수 씨엘(28·본명 정영훈)이다. 불어로 '하늘'이라는 뜻의 예명. 하늘을 바라볼 때처럼 그의 노래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20대 초반 그는 고향 부산에서 록그룹 멤버로 활동했다. 가수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1년 서울에 올라와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가수의 길이 열린 건 그 무렵. 보컬 강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한 녹음실에 놀러 갔다가, 그의 목소리에 관심을 보인 기획사 관계자의 제안으로 즉석에서 2곡을 녹음했다.
그리고 무려 3년을 갈고 닦아 데뷔 음반을 내놓았다. 'Another Day'는 브랜포드 마샬리스가 이끄는 애시드 재즈그룹 'Buckshot Refonque'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Another Day' 외에도 템포 빠른 소울 '플라이 어웨이', 발라드 '사랑이 있어' 도 수록돼 있다. 색소폰 연주자 대니 정을 비롯해 힙합 뮤지션 바비 김, 기타리스트 샘 리, 트럼펫 연주자 김동하 등이 대거 참여해 음반을 빛내고 있다.
"요즘 나오는 가수들은 다들 기본 실력들이 출중한 것 같아요. 노래 잘 하는 건 기본이고,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데…." 씨엘은 부산에서 함께 활동하던 동료 뮤지션 7명으로 구성된 어쿠스틱 밴드와 함께 소극장 무대에서 자주 설 계획이다. 요즘도 저녁에는 대학로 '천년동안도' 등 재즈 클럽에 가서 연주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차츰 인기가 높아가는 요즘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은 일단 아들이 TV에 나오니 너무 좋아하신다"며 큰 소리로 웃는다. "노래를 가슴으로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슬픈 노래 부르면 사람들이 울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신날 수 있는 음악… 쉽지만 그게 어렵잖아요."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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