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결국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다. 유권자가 정신을 차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먼저 후보의 성실한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공직이 근본적으로 봉사직이라면, 불성실한 후보가 봉사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법이 강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약속을 위반하면 곤란하다. 선거비 공개 약속이 그렇다.이번 총선 후보들은 예비출마자로 등록할 당시 선거기간 중 '매일' 선거비용의 공개를 서약했다. 그런데 이를 어기는 후보가 상당수라니 실망스럽다. 전체 1,170명 후보가운데 169명(14%)이 아직 전혀 선거비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선거비를 공개한 후보라도 며칠 만에 한번 하고 말거나 아예 '지출 없음'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거운동에 비용이 안 들었다니 그럼 비용공개가 없는 날은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번 선거에서 후보에 대한 정보공개는 매우 중요하다. 이미 지적한 대로 개정 법 때문에 유권자와 후보간 직접 접촉이 제한적이고 이로 인해 후보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중시해야 할 것들은 도덕성 전문성 개혁성 등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후보별로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소위 '묻지마'지지가 많은 현상이라는데, 바로 그 방증이다. 이런 지지를 피하고 바른 선택을 하려면 사소한 하나 하나의 객관적 정보가 중요하다. 정치신인들이 부지기수일 정도인 선거에서 그나마 후보의 됨됨이를 유추라도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삼을 수밖에 없다.
선거비 공개가 왜 중요하게 됐는가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약할 때가 언제였던가를 금세 잊는, 말 다르고 행동 다른 후보부터 냉정하게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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