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국민감정에 상처를 입히는 외교적 도발일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위헌행위라는 점이 드러났다.
7일 후쿠오카(福岡)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정교분리를 규정한 헌법 20조3항에 의해 금지된 종교적 활동에 해당해 이 조항에 위반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 자체가 야스쿠니 신사로 대표되는 국가 신도(神道)가 일본의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사상·종교적 지주였던 역사를 경계해 마련됐다는 경위를 생각하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지닌 몰역사성이 드러난 셈이다.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위헌이라는 일본 법원의 헌법해석은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다. 1985년 8월15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의 첫 공식 참배를 둘러싼 소송에서 오사카(大阪)고등재판소가 "위헌의 의심이 강하다"는 해석을 밝힌 적이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해 전국에서 벌어진 봇물 소송에서도 2월 오사카(大阪)지방재판소가 위헌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참배를 "공무"로 인정, 다른 법원에서 위헌 여부까지 따져준다면 위헌해석이 나오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를 염두에 둔 판결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합헌성에 대해 충분한 국민적 논의 없이 이루어졌다"면서 "이번에 판단을 회피한다면 앞으로도 같은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위헌성 판단을 법원의 책무로 생각해 판시했다"고 경고를 담았다.
물론 7일 일본 법원의 위헌해석은 소송 성립 여부와 법률적용을 밝히는 판결이유에서 나온 헌법판단으로 한국과 같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도 아니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금지하는 명령도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에는 한계가 있다.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돼 형식적으로는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 정부의 승소 판결이다. 또 고이즈미 총리가 앞으로 야스쿠니 참배 때 '사적 참배'의 형식적 요건을 강화할 경우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일본 법무성측은 "위헌 판단은 주문(主文)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를 예견한 법원은 판결문에서 "법원이 참배의 위헌성을 판단한 데 대해 이견도 있을 것"이라며 "현행법 하에서 본건과 같이 위헌성 자체를 확인하거나 행정소송으로 시정하는 방법이 없어 원고가 위헌성을 확인하는 수단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형식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헌법재판 제도의 도입이나 행정소송 대상의 확대 필요성도 암시했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확실히 위헌이라고 인정한 판결로 완전승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측도 "하급심이라고는 하지만 헌법에 위반한다는 판단을 받을만한 행위는 엄격히 자제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일본 법원마저도 위헌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명분이 더욱 취약해지게 된 것은 분명하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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