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입학철인 4월에 접어들면서 국기·국가 문제를 놓고 도쿄도(東京都) 교육위원회와 일부 교직원들 사이의 대립이 재연되고 있다.교육위는 지난달 31일 졸업식에서 국가 제창 때 국기를 향해 기립하지 않은 도립 소·중학교 교직원 171명을 계고 처분했다. 이중 8명은 정년퇴직 후 촉탁직 재고용이 취소됐다. 교육위는 "교직원의 책무인 국기·국가에 대한 교육지도에 따르지 않아 지방공무원법에 의거, 징계했다"고 밝혔다. 교육위는 이어 6일부터 시작된 도립 고등학교 입학식에 직원을 파견, 교육지도 준수여부를 감시했고 7일엔 모두 218개교에 감독관을 파견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1999년 국기·국가법을 제정해 '히노마루'를 국기, '기미가요'를 국가로 분명히 규정하면서 입학·졸업식에서의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을 권장했다.
그러나 과거 군국주의 잔재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국가의 교육관여를 우려하는 일부 교직원들은 국가 제창 때 기립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에 저항해왔다. 교직원을 따라 학생들도 기립하지 않는 등 식장이 어수선해져 입학·졸업식 때마다 논란이 반복돼왔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지사의 입김이 큰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국기를 향해 기립해 국가를 제창해야 한다"는 실시지침을 일선 학교에 보낸 뒤 기립하지 않는 교직원들의 명단을 파악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맞서 징계 처분을 받은 교직원들 중 75명은 5일 도쿄도 인사위원회에 불복신청을 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기립의 강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양심의 자유에 반한다"며 "식장을 감시하는 것은 군국주의 교육 수법으로 전후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서면경고 한번 없이 징계하는 것은 우리를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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