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를 이해하니 자연스레 아랍 세계에 눈이 떠 지더군요."윤여봉(41)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지점장(차장)은 최근 회교로 개종했다. "한 때 아랍을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어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는 그는 "모든 생활에 녹아있는 이슬람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랍을 알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이슬람교인이 됐다"고 말했다.
아내와 9, 5살 짜리 남매도 현지에서 함께 살지만 별 불만이 없다고 한다.
윤 지점장은 1988년 입사 직후 중동에 군수품을 납품하는 특수사업부에 배치돼 중동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삼성의 중동지역 전문가로 뽑혀 92∼94년 이집트에서 아랍어와 이슬람문화, 아랍의 상관습 등을 공부하면서 중동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슬람교에 빠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100% 현지화를 무기로 사막에서 수출 첨병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인과 종교적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본사 해외업무실에서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다 99년부터 사우디 지점을 책임지고 있다. 세계적 석유화학 업체인 사우디 국영 사빅(SABIC)과 판매대행 장기계약을 맺는 등 뛰어난 적응력을 보였다.
2002년에는 3년간 공들인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수주가 어려워지자 월드컵 기간에 맞춰 바이어를 한국으로 초청, 서울에 설치돼 있는 제품을 보여주고 중동지역에 국산 전광판을 최초로 판매하는 실적도 올렸다.
"라마단(금식월) 기간에 바이어를 찾아가 이프타르(해진 뒤 기도와 첫 식사를 같이 하는 의식)를 함께 하다 폭식을 하는 바람에 한달 만에 허리가 4인치나 늘어나기도 했죠." 윤 지점장은 올해 말 귀국, 중동에 대해 더 공부한 뒤 다시 중동지역 주재원으로 나가는 게 바람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30년 전부터 중동에서 큰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도 아랍을 제대로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심한 편견이 있다"며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이라크에 나가 시장개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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