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와 남부 바스라에서 발생한 시아파의 무장 봉기는 시아파 내부의 헤게모니 투쟁의 결과로 해석된다. 6월 말로 예정된 주권이양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강·온파의 암투가 '대미 항전'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BBC 방송은 5일 이번 봉기는 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전체의 움직임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연합군을 공격하는 봉기 주도세력은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추종하는 급진·근본주의적 성향의 젊은층으로 시아파 인구의 10∼15%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반면 다수 시아파는 미국에 협조적인 온건파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를 따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이란과 같은 신정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알 사드르가 노선투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던진 일종의 승부수 성격을 띤다. 이라크인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외세 감정과 경제난에 따른 불만을 이용해 지지기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 사드르가 행동에 나선데는 급진파를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일방적 조치가 계기가 됐다. 그는 미군측이 지난달 말 기관지인 알 하우자를 정간시키고 자신의 오른팔인 무스타파 알 야쿠비를 체포하자 저항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급진파의 봉기가 반외세 투쟁의 명분을 얻을 경우 온건파도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또 연합군의 과잉진압이 이라크 주민의 분노를 촉발시켜 시아파 전체의 단결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시스타니 등 온건 시아파 지도자들의 영향력은 약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군은 시아파의 공분을 사지 않으면서 급진 봉기를 진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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