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여행도 하루 나들이, 내친 김에 땅끝마을까지'4월1일 역사적인 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전국 '반나절생활권'이 현실화하면서 남도 끝 목포도 하루나들이 코스로 떠올랐다. 서울(용산)에서 목포까지 3시간 남짓. 기존 새마을호보다 1시간 20분 이상 단축된 덕분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서울과 지방간의 심리적 거리감도 크게 줄였다. 큰 맘 먹고 떠나지 않으면 발걸음이 쉽지 않았던 땅끝마을도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고속철도를 타고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한 목포 유달산을 둘러본 뒤 내친 김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1박하는 일정을 다녀왔다.
하루만에 다녀오는 목포여행
서울발 목포행 첫 고속열차는 용산역에서 오전 6시35분발 출발한다. 고속철을 처음 타보는 승객들은 들뜨고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열차 이곳 저곳을 둘러보거나, 기념 사진을 찍는다. 이윽고 용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서울 외곽을 벗어나면서 속력을 내더니 금새 시속 300㎞에 이른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빨랐다. 바깥 풍경이 필름을 고속으로 돌리듯 숨가쁘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불편함도 적지않았다. 일반석 좌석 절반이 주행방향의 반대쪽에 배치돼 멀미가 나고 터널을 통과할 때는 소음 때문에 귀가 멍멍해졌다. 좌석 공간도 좁아 편하게 눕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한시간여 정도를 줄이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요금도 부담스러운 상황. 고속철도의 성공적 운행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아 보였다.
목포에 도착하니 오전 9시55분. 출근시간을 조금 넘긴 정도의 시간이다. 목포시가 고속철도와 연계된 하루 나들이를 위해 토, 일 주말마다 시티투어 버스를 무료로 운행해 나들이가 한결 수월해졌다. 오전 10시10분 목포역을 출발해 농업박물관∼국립해양유물전시관∼목포자연사박물관(6월말 개관)∼남농기념관∼목포어시장∼유달산권 등을 둘러보는 코스다. 7시간 걸리며 관광지 입장료와 점심식사는 본인 부담. 목포시 종합관광안내소 (061)270-8598
1박 코스를 위해서 아예 렌터카를 빌렸다. 금호 렌터카(목포지점 061-274-5170)는 고속철 개통을 기념해 5월까지 20%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LPG 승용차 24시간 대여료는 4만2,000원.
유달산으로 향했다. 목포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유달산은 요즘 벚꽃과 개나리로 일년 중 가장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5일까지 꽃축제도 열렸다. 유달산은 해발 228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서남단의 끄트머리에서 용솟음친 봉우리들이 일품이다. 영혼이 심판받는다는 일등바위, 심판받은 영혼이 이동하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등바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엉을 덮어 군량미처럼 가장했다는 노적봉 등 갖가지 전설이 내려오는 영산. 더군다나 산 중턱은 벚꽃의 연분홍빛과 개나리의 노란빛이 한껏 어울려 화려한 색감의 풍경을 만든다. 병풍처럼 쳐진 봉우리를 배경으로 조성된 1만3,000평 규모의 조각공원을 둘러보고 다도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유달산을 오른다.
유달산 등반 후 해양인양유물 100여점과 제주도 떼배에서 관광여객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해양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나 세 처녀가 섬으로 변했다는 삼학도 등을 둘러보고 목포 어시장에서 회 한 접시를 걸치면 하루 나들이가 이보다 더 알찰 수 없다.
내친김에 땅끝마을까지
하지만 여기서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남도의 진경, 해남이 코앞에 있고 그 끄트머리에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이 있다. 지금 남도의 산과 바다는 봄 내음으로 절경을 이룬다. 유달산 등반 뒤 아예 해남으로 차를 돌려 보자.
목포시에서 영산호 하구둑을 따라 가다 819번 지방도∼13번 국도를 1시간쯤 가면 해남 땅이 펼쳐진다. 첫 목적지는 녹우당. 고산 윤선도의 종가집이다. 500년도 더 된 은행나무가 옛 선비의 향기를 전한다. 녹우당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비자나무 숲이 조성돼 있고, 유물 전시관에서는 윤두서의 명화인 '자화상'을 구경할 수 있다. 고산유적관리사무소 (061)530-5548.
녹우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두륜산과 대흥사가 자리잡고 있다. 해발 703m의 두륜산은 8개의 봉우리가 연꽃 형상을 이루는 웅장한 기품의 산이다. 한반도를 위풍당당하게 관통하던 산세는 한반도 최남단에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다. 등산은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고계봉 정상까지 1.6㎞의 케이블카가 마련돼 일정이 벅찬사람도 편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061) 534-8992
두륜산 초입에 있는 대흥사는 신라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로, 13명의 대종사와 13명의 대강사를 배출한 대도량이다. 특히 서산대사의 얼이 잠들어 있는 곳. 서산대사는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이니 만년 동안 흐트러지지 않을 땅'이라 하여 자신의 의발을 이곳에 보관토록 했다. 대흥사에서 조금 더 위쪽에 있는 일지암은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가 다도를 정립한 곳. 차문화의 성지이다.
마지막 여정은 땅끝마을. 단지 지리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절벽 해안과 파도, 아스라하게 펼쳐진 섬들과 바다 등으로 시간을 멎게 할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땅끝마을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음날 일출을 보면, '길이 끝난 곳에서 마음의 길이 새로 열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8 /목포·해남=글·사진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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