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정치권은 물론 각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장과 말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건질 것이 없다.반세기 만에 가족친지를 만난 이산가족 상봉이 지연되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원인이 통일부 사무관의 말 실수 때문이라는 데 대해 그저 황당할 뿐인 것은 왜 일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방북 교육을 담당하는 통일부 직원이 그랬다니 참담한 심정이다.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 때문에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속이 타는 밤을 지냈을 생각을 하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다.
말 한마디가 사회를 뒤흔드는 일이 너무 잦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노인들은 투표를 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도 된다"고 말해 후폭풍을 맞고 있다. 그가 노인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시각을 가졌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의도가 어쨌든 그 말 한마디가 정국에 태풍을 몰고 온 것만은 틀림없다.
일 터지고 나서 노인정 찾아가 사죄하는 것은 이미 때 늦은 수고이다.
총선 때문인지 정치권의 말 실수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은 촛불집회에 나선 국민들을 보고 백수니 사오정이니 하는 시대착오적 말 실수로 호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열린우리당도 탄핵안이 가결되자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하고선 번복하는 바람에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말을 꺼내지 않으니만 못한 셈이다.
나라를 혼란에 휩싸이게 만든 탄핵 정국의 원인도 노무현 대통령의 말 실수가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를 정책 이행 상황이나 정치 행태로 하지 않고 사적인 스타일이나 발언을 가지고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지만 최고통치자가 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은 "진정한 애국심은 말보다 실천에 있으며 농담으로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특히나 정치인들의 사소한 말 실수는 자칫 국가를 혼란하게 만들 수도 있기에 더욱 그 언행을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천 리를 날아간 말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회복할 수 없는 인격의 추락을 불러옴을 명심하여야 한다. 말 조심하여야 하는 시대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이영일 흥사단 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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