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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신문의 날…언론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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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신문의 날…언론의 위기

입력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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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뉴스를 보는가."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으면 "매일매일 그냥 본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나는 뉴스가 보기 싫어졌다. 너무도 하찮은 사건이 톱기사가 되고, 기사의 의도가 뻔한데도 그럴 듯한 정치적 견해로 포장한 뉴스가 너무도 많아서 화가 나다 못해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신문을 보는 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을 보는 것 같다. 이래서야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라 할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됐는가? 한마디로 축구 경기를 중계하기로 된 언론인들이 경기장 안에 뛰어들어 직접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권력 게임에 직접 뛰어든 셈이다. 물론 중계에 충실하고자 하는 언론인이 없는 것은 아닐 터이나 권력 게임과 권력 감시가 너무나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어 옥석을 가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언론인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와야 한다. 어떤 정당 또는 어떤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느냐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권력 게임을 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외치거나, 뉴스 객관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기사를 쓰고 편집해도 된다는 주장은 억지다.

탄핵과 선거에 대한 보도를 보고 있으면 의회정치만이 위기가 아니라 한국 저널리즘이 위기임을 실감하게 된다. 탄핵부터 시민사회의 탄핵 비판 시위, 탄핵 역풍으로 회오리치고 있는 정당 구도와 선거 보도에 이르기까지 우리 저널리즘은 표피적이고 현상을 따라만 갈 뿐 사태의 본질을 드러내고 현실의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신문, 방송 예외 없이 친노·반노, 친여·친야의 틀에서, 그것도 많은 경우 권력 게임의 일환으로, 그때 그때 일어나는 사건만을 소나기 쏟아붓듯 배설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게 사태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고 변화를 읽는 것일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된다. 무슨 당 대표가 택시 타고 출근했다느니, 누구누구 효과가 어떻다느니 등등 1주일에 수백 개도 넘는 가십성 기사를 과감하게 버리면 된다. 그리고 심층에 다가가는 질문을 제기하면 된다.

야당은 정말 왜 탄핵까지 간 것일까, 그들은 역풍에 대해 전연 짐작을 못했던 것일까. 이번 선거는 1987년 이후 치른 총선들과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 '친노'는 아니면서 탄핵 반대와 열린우리당 지지로 돌아선 부동층의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고, 일어날 것인가. 이번 선거는 다른 어떤 때보다 돈을 덜 뿌리는 깨끗한 선거인 듯한데 그 숱한 혼란과 반정치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치에서 다양한 공존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이런 질문들은 보통사람으로서 그저 궁금한 것들이고 그 대답은 이념적, 정치적으로 다를 수 있고, 당파적 의견이 많을수록 좋다.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은 보수적일 수도 있고 진보적일 수도 있다. 어떤 질문을 제기하고 여러 정파적 견해들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는가가 그 신문의 색깔이 된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안다. 저널리즘이 권력 게임을 하고 있는지, 독립된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하는지를. 기존 매체에 실망한 젊은 세대는 이미 인터넷으로 떠났고 계속 떠나가고 있다. 오랜 세월 신문과 방송은 독자와 시청자를 섬기기보다 계몽적이고 훈육적이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남을 가르치고자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기 목소리를 자유롭게 외친다. 인터넷의 뉴스와 정보는 파편적이고, 확인 안된 것이고, 감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터넷은 수평적이고 참여적이다.

정보통신이 폭발하는 시대에 저널리즘이 나아갈 길은 정확한 사실, 체계적으로 분류된 주제별 정보, 전체 흐름을 보여주는 심층적 분석밖에 없다. 그런데 신문의 날(7일)에 바라본 21세기 초엽 한국의 저널리즘은 거꾸로 가고 있다.

/강 명 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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