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장군'이라는 글귀를 보고 통일부 직원이 던진 한담(閑談) 한마디가 이산가족 상봉에 차질을 초래하며 수백명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건은 유감스럽다. 이 해프닝을 보며 누구의 탓을 따지기에 앞서 남북교류의 미묘함과 어려움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일의 화근은 남측 상봉단을 수행한 통일부 사무관이 북한측 안내원과 점심을 먹으면서 설명한 '천출'의 이중 해석이다. 통일부 직원은 '하늘이 내린'이란 뜻도 있지만 '천한 출신'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뜻으로 설명한 것이지만, 북한 안내원은 이를 최고지도자에 대한 모독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삼으면서 상봉행사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남측의 사과로 사태가 겨우 수습되었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이 해프닝의 결과를 떠나서도 통일부 직원의 언행은 신중치 못했다. 통일부 직원이라면 북한 사람들이 최고지도자에 대해 가질 수밖에 없는 경직된 사고를 일반인 보다 더 잘 이해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땅에서 벌어지는 행사에서 민감한 표현은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통일부는 이번 경험을 살려 남북교류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 않도록 관계공무원에 대한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수습함에 있어 통일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통일부 직원의 근무상황으로 볼 때 '천출'해석 해프닝은 고의적으로 일을 그르칠 생각이 있어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파장이 크게 우려되는 미묘한 사안을 관계 직원이 함부로 언급함으로써 상봉행사에 차질을 빚게 만든 결과에 대해서는 통일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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