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교한 인천 S초등학교 2학년 홍모(9)양은 개학 이틀 뒤부터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간지럽더니 피부에 물집이 돋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 학교에서는 홍양 외에도 학생 20여명이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신설 건물에 사용된 건축자재의 독성 때문에 발생하는 새집증후군이 틀림없다"며 학교측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개교를 10여일 미루면서까지 실내를 소독하고 탈취용 참숯을 비치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했지만 아이들이 집단으로 증상을 보이자 난감한 표정이다. 학교측은 "학생들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해 원인이 새집증후군으로 나오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설 학교가 새집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새 건물에 입주한 뒤 두통 피부병 재채기 등의 증세를 보이는 학생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실제로 인천 S초등학교 이외에도 경기 용인 S초등학교, 인천의 I중 및 S초등학교 등 다른 신설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의 인터넷 카페에 "아이가 새 학교에 다닌 뒤 아토피성 피부염이 심해져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피가 나도록 긁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특히 급식동 건물 내부와 운동장 조경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용인 S초등학교의 2학년 유모(8)군이 병원에서 "새집증후군에 의한 아토피성 피부염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자 학교와 학부모 모두 대책을 강구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눈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워 근무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연대'는 지난달 30일 시·도 지부별로 새집증후군 학생들의 숫자를 파악하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학교 내 유해환경과 학생들이 보이는 질환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기로 했다.
신설 학교들이 이같이 새집증후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도 관계 당국은 책임 떠넘기기로만 일관하고 있다. 환경부는 일선 학교가 학교보건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2월부터 실시 중인 새집증후군 실태조사에서 학교를 모두 제외했다.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2002년 교실 내의 미세먼지량 등을 체크하도록 하는 학교보건법을 신설했지만 세부사항이 마련되지 않아 2년간 한번도 측정에 나서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환경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태파악을 한 뒤 실내 공기질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연대 박경양(48) 회장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병을 얻고 있는데 정부가 모른 체하고 있다"며 "신설학교에 대해서만이라도 긴급조사를 벌이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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