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각 당이 4일 17대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공약 가운데는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황당한 급조 공약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각 당이 탄핵정국 이후 이벤트 선거에 치중하며 공약 개발을 외면, 정책선거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5면한국일보가 4일까지 발표된 주요정당의 분야별 공약을 분석한 결과, 최우선 현안인 청년실업 대책 가운데에는 수년 내에 경찰과 소방관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12만명이나 늘리겠다는 내용의 공약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의 경우 국제 정보화평화봉사단을 1만명 파견하고 2008년까지 경찰 2만명, 소방관 2만명, 사회복지사 1만명, 교사 6만명을 각각 증원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나라당은 5년간 3만명의 경찰·소방사 등과 10만명의 해외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당도 공공부문 일자리 6만개를 창출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이 일자리 늘리는 요술방망이냐"는 빈축을 샀다.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재래시장 육성공약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은 재래시장에 5년간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마련된 재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공약한 '1인1연금제'는 연간 7조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당은 지역전략산업 진흥을 위해 부산 대구 광주 등 13개 지역에 2조3,000억원을 지원하고 용산을 포함한 강북지역을 집중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산확보 계획이 없어 전형적인 장밋빛 공약으로 지적됐다.
한나라당이 과학기술 육성책으로 내놓은 '1만명의 황우석 박사 만들기'나 민주당이 제시한 '2010년까지 1,000개 세계 일류제품 개발' 공약은 당 내부에서조차 콘텐츠 없는 '공약(空約)'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자민련은 병역의무 고취를 위해 군필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법적 근거가 빈약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라크 파병부대를 귀환시키고 파병결정 전범을 처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현실을 너무나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각 당이 정쟁에 몰두하느라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며 "정책은 없고 선심만 난무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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