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60, 70대 노인들은 투표를 안 해도 괜찮다"고 한 발언이 논란되고 있다.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강조하면서 했다는 이 말은 우리 사회 분열과 갈등의 중요 요인이자 현상인 세대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깊다. "미래는 20, 30대의 무대"라는 원론은 그렇다 치자. 정 의장은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 유권자를 나이로 분류해 득표 계산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다. 젊은층의 지지를 중요하게 추구하고 존중하되 노년층은 실익이 없거나 무시해도 된다는 망언이다.정 의장은 발언이 알려지자 노인정을 찾고, 기자회견을 하고,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사과를 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이 발언이 실수라면 사과와 사죄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순히 실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노인'들이 입은 상처가 너무 클 것이다. 특히 발언이 나온 정황을 살필 때 실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속내와 진정이 밝혀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를 인터뷰했던 신문측은 당시 동영상을 자세히 살피다 발언 장면을 발견했다고 한다. 의도나 작위가 배제된 상황의 편한 말이었다는 것이니, 실언으로 넘기기 어렵다.
세대교체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나이 든 세대를 배제하고 무용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다. 새 정치니, 개혁이라는 것들이 과거를 버리고 새 것을 말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그 경계를 세대의 구분으로 설정한다면 편리하고 쉽겠지만 철없는 망동이다. 그런 접근과 발상은 공동체를 파괴할 뿐이다. 가뜩이나 갖가지 편가름으로 치르는 분열의 대가는 엄청나다. 피아의 경계 구분에 나이까지 들먹이는 판은 불온하고 위험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