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이용숙 옮김 현암사 발행·1만5,000원
40억년 생명 진화의 신비를 집약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철학소설 '소피의 세계'를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던 노르웨이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52)의 1999년작 '마야'가 번역 출간됐다. 인간의 존재의 조건과 의미를 고민하는 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철학 대신 진화생물학을 통해 해답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소설은 화자인 영국 작가 존을 통해 노르웨이의 진화생물학자 프랑크가 별거 중인 아내 베라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잃어버린 아이 때문에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사실에 고통을 겪던 프랑크가 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프랑크의 편지에는 원시 자연의 생태가 보존된 남태평양 피지 제도 타베우니섬에서 만난 사람들과 생명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벌인 토론이 기록돼있다. 양서류나 파충류로부터 인간이 진화했을 가능성 등 과학 교과서에서 다뤄질 법한 논의가 펼쳐진다. 인간 존재의 궁극적 의미는 "원시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거쳐나온 최후의 산물"에서 나아가 "우주 전체에서 보편적 의식을 지닌 유일한 생명체"라는 데서 찾는다.
책 제목으로 쓴 '마야'는 현혹을 의미하는 인도철학의 개념과 스페인 화가 고야의 그림 '벌거벗은 마야'등의 다중적 의미를 지닌다. 이 책과 함께 가아더가 책의 역사를 주제로 영화감독·극작가인 클라우스 하게루프와 함께 쓴 '마법의 도서관'도 번역돼 나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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