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좋지만 서민들 발을 꼭 이렇게 묶어 놔야 하는 겁니까." 1일 오전7시께 경북 영천역. 대구의 직장에 가기 위해 역을 찾은 김민배(42)씨는 고속철 개통에 따른 열차운행 변경 안내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매일 아침 7시 대구행 열차를 타고 출근해 저녁 8시께 영천 집으로 돌아오는 김씨의 교통편은 통일호. 영천에는 무궁화호도 없고 새마을호는 값이 부담스러워 김씨는 다소 불편해도 통일호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고속철 개통과 함께 통일호가 사라져 버리면서 김씨의 출근길이 끊어져버렸다. 일부가 '통근열차'로 이름을 바꿔 운행되고 있었지만, 편수가 하루 10편에서 4편으로 줄면서 첫 차가 8시13분에야 떠나 김씨와는 도무지 시간이 맞지 않는다. "통일호는 1,200원이면 탈 수 있었는데, 이젠 6,700원짜리 새마을호 외엔 방법이 없어요." 김씨는 "우리같이 주머니 얇은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고속철이 야속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고 돈이 더 들어도 버스라도 이용할 수 있지만 포항의 죽도어시장 상인들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운행편수마저 줄어 생계가 막막하다. "인근 지역에서 열차를 타고 와 점심을 먹고 저녁차로 돌아가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앞으론 장사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상인들은 총선 출마 후보들에게 통일호 운행의 원상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 것을 요구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고속철이)대단한 거라고 난리들이지만, 그림의 떡이에요." 2일 오후 서울 아들집에 간다며 구미역에서 무궁화호에 올라 탄 촌로의 어깨 뒤로 고속철의 그늘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정광진 사회2부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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