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각종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선심용'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정치적 고려가 경제 논리보다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는 과연 무엇이고, 어떤 관계가 있는가. 쉬운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모든 정책은 선택적이다. 정책이 실행되면 이익을 보는 측이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측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자신의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신용불량자들에게 빚을 탕감해줘야 되나. 개방은 불가피한데 농민들에게 그토록 많이 지원해야 하나. 내 돈으로 부동산을 샀는데 왜 국세청이 조사를 하나. 노조파업에 공권력이 개입해야 하나. 공기업의 민영화는 꼭 필요한가. 기업 구조조정에 정부가 나서야 하나.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설명이다. 다시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에 대해 살펴보자. 똑 같은 사안이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정치 논리는 누구에게 얼마를이라는 식의 자원 배분 논리로 주로 분배 측면을 중시한다. 이에 비해 경제 논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자원 배분의 논리다. 이를 파악하는 것이 우리사회가 돌아가는 이치, 거의 모든 사회적 이슈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추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한 기업이 있다. 경영을 잘못해 망하게 됐다. 시장에 맡기면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기업이 사라지면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는 등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살리면 결국 우리가 돈을 내야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시장과 정부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우선하느냐에 귀결된다. 그것은 보수와 진보로 구분된다. 이를 두고 사회가 다투고 있다.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것이 보수라면 정부가 나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 것이 진보다.
문제는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증명된 것은 없다.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갈등을 생산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을 줄이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당사자들 사이의 차이점의 원인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함으로써 갈등의 폭을 줄이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사자 사이의 관점의 차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갈등이 가져오는 여러 경제 문제들에 대한 견해 차이를 시장 기능 중시자들의 견해와 정부 개입 중시자들의 견해로 대별하여 비교함으로써 서로간의 이해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각종 문제를 시장과 정부라는 상반된 관점에서 다루고 있지만, 어느 쪽이 더 낫다는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보수와 진보를 왔다갔다하는 것이 선진국이다.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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