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정구의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이 박헌영을 소재로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임경석 성균관대 인문학부 교수는 최근 출판한 '이정 박헌영 일대기'(역사비평사)에서 그의 아들 원경 스님(평택 만기사 주지)의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이정 박헌영 일대기'는 한국 공산주의 운동의 대부이면서도 남북 모두로부터 배척된 혁명가 박헌영의 생애를 연보 형식으로 엮은 것으로, 박헌영 기념사업회가 6월까지 완간 예정인 '이정 박헌영 전집' 9권 가운데 제 1권이다.
원경 스님은 '눈물 젖은 두만강' 의 작사자로 김용환을 지목한다. 그는 김정구의 친형으로 배우, 가수, 작곡가로 이름을 떨쳐 천재 소리를 듣던 인물. 영화촬영을 위해 두만강 변에 와있던 김용환은 그곳에서 사공을 보고 박헌영을 떠올린다.
그 때 감상을 종이에 적은 '두만강 푸른 물에…그리운 내 님이여…'의 '내 님'은 박헌영의 은유라는 것. 이 가사는 서랍 속에 보관돼 있다가 1930년대 중반 김정구에게 제공됐다. 1928년 8월 박헌영은 조선공산당사건 재판에서 보석으로 풀려나온 뒤,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탈출했다.
이 같은 주장은 작곡가 이시우 작사자 김용호라는 기존설, 서사시 '북간도'의 시인 한명천이 작사자라는 북한 월간지 '조선예술'의 주장과 다르다.
이 책은 또 원경 스님이 북한의 전직 관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근거로 박헌영 사망 시기를 56년 7월19일로 못박았다. 당시 동유럽을 순방하던 김일성이 급거 귀국, 방학세에게 처형을 지시했고 감옥에서 산중으로 끌려간 박헌영은 "간단하게 처리해달라"고 말한 뒤 "부인과 자식은 외국으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말을 김일성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이밖에 모스크바에 남겨둔 딸 박비비안나에게 "아버지를 용서해라"고 쓴 편지나 스님이 된 아들의 사연을 소개, 가족사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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