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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순간과 함께한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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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순간과 함께한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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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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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100여명의 대표작품 서두(序頭)를 쓴 원고와 창작과정에서 영감을 준 물건들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은 4월10일부터 '언어와 사물과의 만남―작품의 서두와 문방사우전'을 개최한다.소설가 박완서(73)씨가 소장한 은표주박 노리개와 바가지는 장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와 단편 '해산바가지'의 창작 모티프가 된 소품이다. 출간을 앞둔 강석경(53)씨의 장편 '미불'은 인도산 테라코타 마스크접시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송수권(64) 시인의 수필 '담배예찬론'은 그가 두고 아껴온 재떨이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는 최인훈(68)씨의 소설 '광장'의 첫 문장,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강신재(1945∼2001)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의 당시 원고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문인들이 내놓은 귀한 소장품이다.

소설가 안수길(1911∼1977)이 생전에 즐겨 불었던 대나무 피리, 이광수(1892∼1950)가 딸에게 물려준 영어판 신약성경, 최정희(1912∼1990)가 머리맡에 붙여두었던 그림 등 작고 문인들의 애장품과 이어령 성춘복 유재용씨 등이 소장한 만년필과 타이프라이터,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등 다양한 집필도구도 전시된다. 영인문학관은 전시회 개막행사로 4월10일 오후3시 송영 이순원 심상대씨 등 작가들이 참가하는 작품 낭독회도 연다. (02)379―3182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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