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심리학딜런 에번스 지음. 오스카 저레이트 그림
이충호 옮김. 김영사
자주 이용하는 한 공공도서관에서 어느 날부터 청소년 도서코너를 별도로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문학, 세계문학, 전기 등의 전집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책의 선택을 담당한 사서의 고민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그 코너에 발길을 멈추는 것을 보면, 많은 책 중에 지금 당장 읽을 한 권의 책에 대한 독자들의 목마름이 느껴진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가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원래 영국에서 출간된 60권 이상의 '입문(Introducing)' 시리즈 중 20권을 번역한 것으로 수학, 진화심리학, 철학, 사회학 등의 학문분야와 푸코, 호킹, 촘스키 등의 학자, 낭만주의나 포스트 페미니즘과 같은 사조에 대하여 각각 한 권씩 할애한 입문서다. 각 권마다 방대한 지식을 180쪽 정도의 분량에 사진, 만화, 삽화를 곁들인 간결한 글로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을 보자. 인간의 행동이 신념과 욕구만의 결과가 아니라, 마음의 과정의 산물이고 그 마음은 몸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정신은 위험을 인지하고 피하기, 동맹 및 친구 맺기, 자식과 가까운 혈연에게 도움 주기, 다른 사람의 마음 읽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본다. 또 이 프로그램들이 특히 배우자를 고르거나 경쟁자를 물리칠 때, 먹어도 안전한 음식이 어떤 것인지 결정할 때, 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에게 자신의 자원을 얼마나 분배해주는가에 따른 결과라든가, 형제간 각각의 몫에 대한 생각 차이에서 오는 가족간의 갈등 등 실생활에서의 행동의 원인을 찾아 주기도 한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주제를 다루는 객관적인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어느 책에서든 그 주제에 대한 비판과 반론을 소개하고 거기에 대한 입장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환경보다는 유전에 더 무게를 실어주는 '유전자 결정론'에 지배 받아 인간의 행동은 불가피하며 고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설명할 뿐,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가치 판단은 윤리학이 해결할 문제라고 대응한다. 인간에 대한 자연과학적, 인문학적 연구를 하는 진화심리학은 그래서 한 쪽에 대한 지식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른 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워낙 방대한 분야를 압축한 입문서인 만큼 책 말미에 더 읽을 만한 책의 소개가 필요한데, 그것이 빠진 책들이 있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미래의 전공을 모색하는 중고생에겐 충분히 도움이 될 책이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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